지승호: 여성운동하시는 분들은 성매매, 즉 성노동이 여성의 인권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밀사: 이해합니다. 성노동을 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성매매를 그냥 두고 볼 수도 없겠죠. 왜 여성주의자들 상당수가 성노동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는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성노동 운동가에게 여성은 연대의 대상이자 투쟁의 대상이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노동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대안입니다. 성노동자라는 이유로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배제돼야 한다면, 우리로선 당연히 싸워야죠.

55~56쪽


밀사: “대만의 여성주의자인 ‘조세핀 호’에 따르면 ‘성매매 근절은 중산층 여성의 이해일 뿐이며, 프롤레타리아 계급여성이 중산층 여성의 정치적 이상을 위해 생존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여성이 성매매를 한다는 사실보다 성판매 여성에 대한 낙인이 더 여성 억압적’이라는 것이다”라고도 하셨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것도 비슷한 맥락이잖아요.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이 더 여성 억압적일 수 있다는 건데요.

56쪽


지승호: “그럼 돈으로 몸을 사고 파는 걸 허용하라는 말이냐?” 이러면 할 말이 별로 없어요. 그걸 극복하기 위한 운동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밀사: 성노동의 힘과 가치를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지승호: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밀사: 인간에게 성은 욕망이자 권력관계입니다. 저는 성노동을 하면서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성이, 성노동자가 섹스를 주도해간단 말이에요. 일반적으로도 그럴 수 있지만 보통은 섹스를 주도하는 건 남자, 여자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성노동은 여성주도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과정이에요. 저는 이 부분에서 ‘여성의 힘’을 발굴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주의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도 아름다워, 여성도 남성처럼 가치있어.” 이런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실체로 존재하는 여성의 힘을 찾자는 거지요.

성노동이라는 것이 남성 중심적인 사회 안에서 살아남으려고 어쩔 수 없이 해온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오랜 과정에서 어떤 ‘힘’이 생긴 거거든요. 저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노동을 그저 남성에 대한 서비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 대한 강제적 복무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여성의 숨겨진 힘을 발견하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대만의 성노동자모임 코스와스의 리준 대표께서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한번은 성능력이 떨어지는 손님이 찾아온 적이 있다. 자기가 그를 잘 케어해서 결국 그는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섹스에서 가지는 여성의 힘, 저는 성노동에서 분명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부분을 많이 조명해야 한다고 보고요.

57~58쪽


밀사, 연희, 지승호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