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민하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써놓고 보니 엄청 거창하네요. 먼저 제가 사는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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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설폐기물 처리하는 공장이 있습니다. 어느 날 부지 한쪽에 레미콘과 아스콘 생산설비를 추가 설치한다는 소식이 전해 왔습니다. 부랴부랴 마을에서는 임시 총회가 열립니다.
공장 운영하시는 사장님도 총회에 참석합니다. 먼저 이렇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불편은 하시겠지만, 최선을 다해 마을에 피해 없도록 하겠다. 마을에서 잘 협조해주면, 매년 수 톤에 해당하는 레미콘을 무상 제공하고, 아동 장학금 및 마을 사업비 천만 원을 주겠다. 그리고 공장 땅은 원래 내 땅 아니냐. 사유지에 무엇을 하든 적법한 절차만 거치면 어쩌지 못한다.
사장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을 사람들 너도나도 발언하겠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레미콘 차가 얼마나 빨리 다니는 줄 아느냐? 이 시골에 단속할 경찰도 없는데 공사 급하면 난리 난다. 안 그래도 옆 마을에 누구 할머니는할망은 커다란 덤프에 치여서 돌아가셨다더라.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시멘트 가루 날릴 거다. 먼지 마시면서 여생 살기 싫다. 시멘트 먼짓가루 날리는 동네에서 나는 감귤이 팔리겠냐. 내 아들이 곧 퇴직하고 마을에 돌아올 텐데 안된다. 아무리 사유지라도 우리 마을 앞에 세우는 건 안 된다.
마을 임시 총회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길어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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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일이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로의 이익이 상충하고, 가치 판단 기준은 다양하고 모호해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마을 임시총회 같은 회의와 토론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만 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결론지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리는 옳고 그름을 정의라 부르죠. 옛날 사람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존 롤스, 마이클 샌델 등 여러 학자가 정의가 무엇인지 그렇게 파고들어 갔지만, 딱히 쉽게 받아들일 결론이 없어 보입니다. 평생 공부만 하는 학자에게도 정의가 이렇게 어려운데 우리에겐 더욱 모호하고 어려운 게 당연하겠죠. 그래서 의미 있는 토론이 쉽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토론하고 이야기할지 모르니까요. 분배와 평등, 능력과 노력, 공정성에 대해 진지한 숙의와 성찰 없이 서로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공허한 말장난과 말꼬리잡기만 난무하는 토론장을 많이 봤습니다.
해결하기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솔직히 멋진 해답을 짠하고 내놓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런저런 시도를 끊임없이 해보려 합니다. 그게 제가 사는 사회와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요게 제가 빠띠에 일하는 중요한 동기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