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주주의 말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직장과 가정이 분리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죠. 그런데 직장의 일과 아닌 것으로 구분되는 삶이 인류사에서 얼마나 되었을까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제가 그쪽 방면에 지식이 짧아 잘 모르지만, 고작 몇백 년 아닐까요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그렇다면 직장이란 걸 만들어서 한군데 모아 놓고 온종일 일을 하는, 이런 삶을 왜 시작했을까요? 언뜻 떠오르는 건 상사가 직원이 일하는지 한눈에 살펴보고 직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혹은 동료 간에 뭔가 질문을 던지면 즉각적으로 대답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혁신은 모두가 한 방에 모여 있을 때만 일어난다는 속설 때문일 수도 있겠고요. 뭐 이유는 생각해보면 끝도 없네요.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의 시간과 가정의 시간이 분리되면서 우리 삶의 형태는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분리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죠.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것을 취하게 되었고 어떤 것을 잃어버리게 되었을까요?

빠띠는 리모트워크를 합니다. 사무실도 없어요. 왜냐구요? 빠띠 구성원 중에 누구는 서울에서, 또 누구는 제주에 삽니다. 심지어는 일본과 호주에 사는 분도 계십니다. 이렇게 리모트가 당연히 도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심 요걸 계기로 직장의 일과 아닌 것이 잘 버무려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을 오롯이 나와 내 주변 공동체를 위해 쓰고 싶었고, 그래서 빠띠 일이 어느 직장의 일이 아닌 정말 나의 일이 되면 했거든요. 이 요구사항에 대해 리모트 근무는 정말 좋은 도구입니다. 장소가 주는 효과가 엄청나거든요. 예전에 출퇴근 근무할 때는 집을 나서기 시작해서 사무실에 딱 들어가는 순간 직장인 모드로 변신이 완료되더라고요. 가정의 일, 나의 일은 싹 잊어버리죠. 완벽한 자아의 분리입니다.

원격 업무를 3년째 하고 있는데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항상 “달리” 저 입니다. 모든 시간을 채우는 것이 저의 선택이고 저의 결정입니다. 나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마냥 좋을 수는 없습니다만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불편하지 않으냐고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몇 년 사이에 리모트근무를 도와줄 도구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되었습니다. 현재 거의 불편 없이 업무가 가능합니다. 감사할 따름이죠.

악용할 여지는 없느냐고요? 네 그럴 수도. 근데 그건 팀마다 사정이 다를 거 같습니다. 어느 팀은 리모트를 도입하면서 업무 측정 시스템을 강화했다더군요. 현재 빠띠는 그런 건 없습니다. 다만 팀원 간에 소통과 접촉을 최대치로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악용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만일 생긴다고 해도 이런 환경에선 금방 티가 납니다.

리모트 근무의 너무 좋은 점만 두드러졌나 싶긴 하지만 안 좋은 이야긴 다음에 들려 드릴 기회가 또 있겠다 싶네요.

리모트 업무, 먼 미래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시간을 스스로 살아볼 행운을 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