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달라지고 있고, 우리가 변화의 흐름을 만든다. - 버터나이프크루"
빠르게 바뀌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일상의 삶의 모습도 바뀌어 갑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종종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문제들을 발견합니다. 다시 말해 공적인 문제겠지요. 이런 공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이 만들어지고, 우리 모두는 정책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부기구나 전문가 집단이 정책을 생산하고 결정하는 기존의 모델을 혁신하려는 시도는 국내외에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빠띠가 작년 하반기에 진저티프로젝트와 함께한 여성가족부의 '버터나이프크루'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가 자신의 달라진 삶에 맞는 정책을 만드는 '청년 정책 참여 사업'이었는데요. 빠띠는 버터나이프크루를 '정책을 만드는 시민 커뮤니티'로 바라보고,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2019년 하반기를 돌아보며, 빠띠가 103명의 청년들과 함께한 커뮤니티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느슨하게 연대하는 '커뮤니티들의 커뮤니티'
버터나이프크루는 '청년정책을 만드는 커뮤니티'라는 뚜렷한 목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커뮤니티는 자신의 달라진 삶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필요한 정책을 스스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청년들의 커뮤니티였는데요. 특히 '우리의 달라진 삶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한다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커뮤니티 정체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대의식과 소속감'이 만들어질 수 있었죠. 안전한 대화의 공간을 만드는 '행동강령'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방법을 통해 모두가 와글와글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딱딱한 공동체'는 피하고자 했습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순간에서 '개인이 선택하는 경험'을 최대한 만들어서, 스스로 선택하고 참여하는 커뮤니티가 되도록 했죠.
예를 들어, 많은 청년정책 활동 모임에서 주로 하듯 '분과'를 나누는 게 아니라, 질문을 중심으로 한 '살롱'을 열어서 그때 그때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후에는 스스로 살롱의 주제를 크루가 제안하고 주최할 수 있게 했고, 본격적으로 정책을 생산하는 단계(공동작업 살롱)를 시작할 때도 크루들이 스스로 주제를 발의하게 했습니다. 이후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내가 하는 프로젝트 뿐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에도 기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여 개개인의 선택과 참여를 늘리고자 했습니다.
이처럼 버터나이프크루는 모두가 단일한 행동을 해야하는 커뮤니티라기 보단 큰 목표 하에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활동을 펼치는 '커뮤니티들의 커뮤니티'를 지향했습니다.
집단지성과 기여로 정책 만들기
버터나이프크루는 정책을 만들 때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나 그룹이 단독으로 만들기보다 커뮤니티 전체가 크고 작은 기여를 더해가며 공동작업(Co-work)으로 정책을 만들었습니다.
글의 도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책은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드는데요. 그렇기때문에 '정책제안'을 만드는 과정도 보다 '내 것도 네 것도 아닌'것이 되길 바랬습니다.
버터나이프크루라는 이름에 맞게 버터와 버터 추가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버터는 정책제안에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로, ‘버터 추가'란 정책제안에 자신의 생각, 의견, 지식 등을 더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아이디어를 처음 발의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크루라면 누구나 커뮤니티 안에서 제안된 모든 정책제안(문서)를 확인하고 질문/토론, 피드백, 경험・사례・네트워크 추가 등을 댓글로 남기거나 직접 문서를 수정할 수 있도록 했죠. 이러한 과정을 '공동작업'이라 부르고, 가이드를 만들어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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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으로 협업 이어가기
'전국 각지에 있는 청년들이 어떻게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을까?' 버터나이프크루 청년들은 전국에서 모였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연결되고 소통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열린 '아이디어 살롱' 후엔 자신의 아이디어를 온라인에도 남기는 약속을 만들었고 모든 크루가 함께 했습니다. 그 덕에 내가 참석하지 않은 살롱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살펴볼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카이브된 100여개의 아이디어는 이후 (정책)공동작업 살롱의 주제를 정할 때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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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안서를 만드는 오프라인 모임 '공동작업 살롱'에서도 플랫폼을 활용하여 의견을 주고 받고, 개선해나갔습니다. 최종 피드백을 주고받는 12월에 있었던 '해커톤 살롱'에서는 따로 문서작업 없이, 플랫폼의 버터보드(제안서)를 띄워놓고 공유와 피드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달라진 삶에 맞는 커뮤니티를 제안합니다
이렇게 빠띠는 2019년 한 해 동안 버터나이프크루들과 함께 정책을 함께 만드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왔습니다. 1년의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진행한 게 아니라, 끊임없이 나타나는 피드백에 따라 조금씩 만들어나갔습니다. 그 과정에 함께한 커뮤니티 크루들은 살짝 어지러울 수도 있었을텐데요. 다행히 103명의 크루들도 이 과정을 흥미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주셨고, 예상보다 다양한 기여로 정책과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의 달라진 삶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한다'는 버터나이프크루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빠띠는 '지금 여기의 달라진 삶에 맞는' 커뮤니티와 플랫폼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맞는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일까요?
글: 빠띠 그룹스팀 org@parti.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