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 지난 기억을 떠오르고는 하는데요. 빠띠에게는 지난 10개월을 함께 한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바로 조아, 출렁입니다. 지금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을 두 사람이 남기고 간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
아디오스 제 1장 : 조아, 출렁과 빠띠의 만남!
Q. 빠띠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조아: 여행과 복학을 준비하던 1월 초쯤 민주주의 서울이라는 시민참여 플랫폼 사업을 같이 운영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학교로 돌아가면 언제 또 내가 이렇게 재미있는 일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민사회 영역에 관심이 많았던 제게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는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19년 3월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출렁: 제가 다니던 대학에, 현장실습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학교가 기업과 연계해서 일정 기간 일을 하면서 학점을 받는 제도가 있었어요. 프로그램에 신청 하려고 기업들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이공계나 상경계 전공자를 좋아하더라구요. 아니면 전공무관이거나.
그런데 유일하게 사회과학계열을 콕 집어 모집하는 곳이 빠띠였어요. ‘아니 여긴 어떤 곳이길래 불쌍한 사회과학 전공자들을 뽑는 걸까?’ 궁금해서 보았는데, 시민참여나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곳이라고 소개되었어요. 어떤 곳인지 설명만으로 잘 알지는 못했지만 좋은 일, 의미있는 일을 하는 곳 같아서 살펴보다가 지원을 하게 되었죠.
Q. 빠띠의 첫인상은?
출렁: 면접을 하러 헤이그라운드에 갔어요. 건물도 멋스럽고, 일하는 사람들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처럼 보였어요. 활동가 3명이 면접에 함께 했는데, 한분은 구글 미트로 참여하셨어요. 그렇게 모니터를 앞에 두고 면접을 하는 것도 제게는 너무 신기했어요. 긴장되긴 했지만 정말 자유롭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구요.
세 분이 서로 말씀하시면서 칠판에 기록하자, 칠판을 보자 라고 말씀하시길래 저는 벽에 걸린 화이트 보드인줄 알고 그걸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구글 독스로 같이 기록하는 공용 문서라고 하더라구요.
Q. 빠띠와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조아: 우선, 리모트 업무가 신기했어요. ‘우아..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디지털 노마드 시대의 현장이구나!’ 노트북 하나만 있다면 제가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언제든 편히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불필요한 이동 시간이나 오프라인 회의를 줄이고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소통하며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구요!
처음에는 보는 눈이 없으니 일 안 하고 놀게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됐는데, 상호 신뢰가 다져진 빠띠에서는 다들 실시간으로 자신의 업무 현황을 투명하게 공유했어요. 언제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지, 오늘은 어떤 업무를 할 건지 등을 업무 소통 채널에 기록하면서 우려점들을 해소할 수 해소할 수 있었어요.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그려보는 항해지도, 활동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항해일지였어요. 단순히 업무 이야기만 나누는 게 아니라 팀원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편히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서로의 상태나 안녕을 염려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조직의 운영과 발전에 있어서 참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말하는 것이 때론 힘들 때도 있기에 글로 차분히 적어내려갈 수 있는 항해일지가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 어느 조직을 가더라도 꼭 정착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문화예요.
출렁: ‘빠띠 크루들은 한 배에 타 있는 선원들’, ‘항해지도, ‘항해일지' 같은 다양한 비유를 통해서 우리의 활동, 상태를 설명하는게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조직을 받아들이기 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장치들이었던 것 같아요.
아디오스 제 2장 : 조아, 출렁과 빠띠가 함께한 시간들
Q. 빠띠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조아: 빠띠의 여러 활동 중에서 기관의 민주주의플랫폼, 시민참여플랫폼과 공론장을 기획하고 운영하는팀원들과 함께 일 했어요. 저는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 DIY ! tbs 오픈테이블 기획 운영에 참여했어요. 민주주의 서울에서 제가 주로 기여했던 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시민을 만나고 제안을 발굴하는 시민제안워크숍을 진행하는 일이었어요. 워크숍은 다양한 주제로 열렸어요. 1인가구, 맞돌봄 맞살림, 놀 권리 등 주제에 관심있는 다양한 시민들이 한 자리에 함께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 나눴던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시에 정책을 제안해보는 형태였어요.
그리고 플랫폼에 올라온 시민들의 제안에 대한 피드백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업무도 했어요. 시민제안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관련 기관이나 부서가 기한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지, 또 제안 중에 주목해야 할 이슈가 있는지 파악하는 일을 진행했습니다.
tbs와 함께한 DIY! tbs 오픈테이블에서는 시민의 아이디어로 제안된 기획안 공모부터 1차 심사에서 선정된 기획안을 구체화시키는 오픈테이블 행사까지 전 과정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했어요. 처음에 접수된 공모 기획안들을 함께 검토하면서 두근두근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 중 3개가 실제 방송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다니! 실제 2020년에 방송 편성이 되면 애틋한 마음의 시청자가 되어있을 저를 상상을 했었죠. 제가 담당했던 테이블 팀과 함께하면서 실제 방송으로 제작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같이 고민하며 사업에 임했던 것 같아요.
출렁: 저는 민주주의 서울을 시민에게 알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진행했어요. 민주주의 서울 소식게시판에 올라가는 콘텐츠를 주로 작성했고요. 또 주요 시민제안을 아카이빙하고,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여러가지 게시물을 올리는 역할도 했어요. 언론 보도 아카이빙도 했습니다.
DIY! tbs 오픈테이블에서는 프로젝트의 처음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실무를 지원했고, 행사 후기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회의를 하며 행사의 틀을 잡는 논의도 하고, 포스터 하나 붙이는 것이나 의자나 책상 배치하는 것까지 크고 작은 일들을 했었죠.
Q. 빠띠의 활동을 통해 어떤 것을 느꼈나요?
조아: 시민제안 워크숍, 토론회, 오픈테이블 등 크고 작은 다양한 행사의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민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섬세한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깨달았구요. 시민의 입장에서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고민하는 빠띠의 열정과 고민의 깊이에 대해 감탄했어요. 실제로 그런 노력들에 대해서 시민들이 알아주고 좋은 피드백을 주실 때 참 뿌듯해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출렁: 우선 문서를 작업하거나 문장을 다듬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업무의 디테일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 어떤 요소를 볼 때 그 이면의 숨겨져 있는 맥락과 의미를 고민하고 케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겉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이런 부분은 시민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어색하지 않을까?’ 에 대한 코멘트를 다른 활동가들이 던질 때가 많았어요. 저도 함께 하면서 그런 디테일을 보는 눈을 조금씩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행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참여자나 시민들을 초대할 때 어떻게 하면 그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각을 만들 수 있었어요. 자리배치 같은 디테일함은 때론 사소한 요소로 느껴질 수 있는데, 신경써서 준비하고 대응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참여자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느낌은 굉장히 다를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이 되더라구요.
Q.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출렁: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드러났을 때, ‘나는 왜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이 부분을 미리 체크하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새로운 조직에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모든 것이 다 새롭고 낯설다 보니, 거침없이 질문을 하거나 터놓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빠띠 특유의 ‘디테일함’을 챙기는 눈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했구요.
그래도 많은 크루분들이 여러모로 도와주시고 신경써주신 덕분에 잘 적응하고, 제 나름의 기여를 하게 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배우면서 저도 빠띠 스타일을 익히고 크루분들과의 소통도 원활히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스스로도 뿌듯했고, 다른 크루 분들께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경험들이 다 제게 배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조아: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 많다 보니 부족한 점도 많고, 실수도 잦았어요. 그렇지만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부족한 점은 보듬어가며 할 수 있게끔 격려해주신 크루들 덕분에 큰 탈 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점점 일을 배워나가며 워크숍 사업에 기여하는 정도가 커질 수록 여러 부분에서 더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심적인 부담감, 걱정도 그만큼 생겨났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크루들이 해주셨던 말처럼 일을 일로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생각하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임해보고자 생각하며 극복해나갔던 것 같아요.
아디오스 제 3장 : 아디오스 조아, 출렁! 앞으로의 삶은?
Q.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으신가요? 어떻게 살고 싶나요?
조아: 앞으로도 시민사회 영역에서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재미난 일들을 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는 앞으로도 계속 탐구하며 이런 저런 경험을 쌓고 찾아야겠지만, 궁극적으로 꿈꾸는 삶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과 그곳에 필요한 적절한 도움을 연결해줄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에요. 그런 일이 사회적으로 정말 필요한 일, 불평등한 세상을 평등하게 만드는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잘 의존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의존’은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사회에 꼭 필요한 구성원들의 협력관계라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의존이에요.
빠띠에서의 10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고 이제 학교도 돌아가게 되는데요, 남은 학기동안에는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 키우고 싶어요. 그리고 제 자신과 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길 수 있는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이고 싶어요!
출렁: 지금까지 앞날을 체계적으로 계획하며 살아온 사람은 아니거든요. 현재에 충실하며 그날그날 살다보면 나중에 뭐라도 되어있겠지 하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팔자좋은 멘탈로 살아왔는데, 그래도 돌아보면 그럭저럭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열심히 하며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구요. 구체적으로 나중에 어떤 일을 하며 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저만 재밌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재밌었으면 좋겠고, 저만 잘살기보다 남들도 잘살게 해주는 일을 하며 저도 잘 살고 싶어요. 심플하지만 어려운 일이죠. 저는 유명한 사람이나 리더가 되고 싶진 않아요. 그런 것은 부담스럽고, 누굴 리드할 그릇도 아니구요. 앞에서 빛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무대 뒤에서 잘 서포트해주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조아: 처음에 일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잘 모르는 부분들이나 고민이 있을 때 크루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마다 친절히 차근 차근 알려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빠띠 모든 크루분들께서 잘 대해주셨던 까닭에 큰 어려움 없이 무사히 활동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빠띠에서 보낸 값진 경험과 소중한 인연은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감사했습니다:) 아디오스 빠띠!
출렁: 빠띠가 제 사회생활의 첫걸음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떠올리고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 있는’ 경험을 얻은 것 같아요. 저보다 훨씬 멋지고 훌륭한 분들과 함께 일하며 배울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