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많은 조직에서 원격업무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빠띠와 슬로워크는 수년간 리모트워크(원격업무)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큰 혼란 없이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부침을 느끼는 조직 또한 많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능한 자세히 공유해요. 빠띠와 슬로워크 역시 조직구조와 특성이 달라서 리모트워크를 시행하는 방법에서도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어요. 각 조직에서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 설립연도: 2015년
- 조직규모: 14명
- 업종: 정부, 기업, 시민 대상 공론장, 커뮤니티, 캠페인, 공공/공익 데이터 컨설팅과 플랫폼 제공
- 업무제도: 신규 크루의 적응기간에 리모트워크 안내, 수시/정규 오프라인 모임과 협업
- 특이사항: 2015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전 구성원(한국, 일본, 미국)이 리모트로 업무, 주로 기획자와 개발자로 구성, 전 구성원이 조직 운영 원칙과 방법을 함께 만들어감
- 설립연도: 2005년
- 조직규모: 55명
- 업종: 사회혁신 조직에게 B2B 형태로 디지털/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수행
- 업무제도: 전 구성원 리모트 가능, 신규 입사자는 적응기간 후 리모트 가능
- 특이사항: 2013년부터 리모트 시작, 다수의 고객과 긴밀히 소통, 개발자/디자이너/컨설턴트 다수
[빠띠・슬로워크] 리모트워크가 처음이라면① 준비와 운영 먼저 보기
기본 가이드와 제도를 만들었다면 이제 실전에 적용해 볼 차례입니다. 일하는 사람마다 하는 일의 성격이나 개인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리모트워크에 적응하는 시간도 저마다 달라요. 그러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동료 간의 충돌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런 일을 조금이나마 줄여보실 수 있도록 빠띠와 슬로워크 구성원들의 실전 노하우를 들어봤어요.
각종 회의와 회고, 업무 공유를 위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 외에 원격업무 시 업무환경은 어떻게 조성하는지, 그밖에 유용한 팁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히 공유해볼게요.
리모트워크의 핵심,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1. 내가 알고 있는 건 동료와 이해관계자도 알 수 있게 업무를 공유해요.
-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들은 빠띠 그룹스에서 스탠드업 게시물에, 가벼운 업무 요청을 받았거나 업무와 관련된 고민을 가볍게 털어놓는 자리는 슬랙에 남겨요. 긴급한 상황이거나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해당 동료와 전화나 화상회의 자리를 만들어요. 전화나 화상회의로 나눈 내용이 휘발되지 않도록 그룹스에 해당 어젠다를 정리해 다른 동료에게도 공유해요.
- 쉬거나 자리를 비울 때는 슬랙 상태 표시를 꼭 ‘휴식 중’으로 바꿔두고 동료들에게도 알려요.
- 원격업무를 하면서 중요하게 느꼈던 점이 바로 시간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원격으로 일할 때는 특히나 동료의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약속을 잘 지키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오전 00시는 힘들고, 오후 00시가 좋아요.’라고 정확한 시간을 정해서 공유해요.
- 개인용 할 일 리스트나 회사의 이슈 트래커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동료에게 자주 피드백을 남겨요.
-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자세한 맥락을 담아 문서로 남기고, 동료에게 자료 요청을 하기 전에 기존 자료가 있는지 먼저 찾아봐요.
- 사무실에 없어도 제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게 사무실 전화를 휴대폰으로 연결되게 설정했어요. 통신사에 요청하면 착신 전환 시간을 따로 설정할 수 있어서 업무 외 시간에 전화가 걸려올 걱정도 없고요.
2. 회의할 때, 원활하게 소통할 방법을 마련해요.
- 인터넷 환경 좋은 곳에 정착, 화면 준비, 마이크 설치, 회의록 쓸 사람 지정 등 회의 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요.
- 구성원의 시간과 에너지를 고려해서 정기적인 회의는 되도록 정해진 요일에 몰아서 해요.
- 회의 퍼실리테이팅이 중요해요. 진행자라면 모두의 의견을 묻기보다 발언 순서, 시간 등을 지정해주는 것이 좋아요. 참여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끼어들기보다 내 순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말하는 게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돼요.
- 주로 회의할 때 카메라를 켜놓고 이야기해요. 특히 진솔한 의견을 듣거나 감정 교류가 필요한 경우에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볼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상대방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어서 어떤 상황과 상태인지 알 수 있거든요.
- 이야기하다 종종 끊기거나 버벅거릴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카메라를 켜요. 상대방의 목소리와 화면에서 말하는 모습이 싱크가 맞는지 관찰해서 인터넷 연결 속도를 파악해요. 연결 속도가 많이 느리다고 판단되면 화면을 끄거나 음소거한 후 제 의견은 화상 회의 툴에서 채팅으로 남겨요.
- 회의할 때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 참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해요. 특히 텍스트보다 대화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될 때 주변 공간의 소음이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들리거든요. 그래서 가끔 집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회의에 참여하는 동료가 있다면 음소거를 해두고 그가 발언할 때만 잠시 켜서 이야기하기도 하죠.
- 이동 중에 회의에 참여하는 동료가 있을 때, 논의 사항이 담긴 공동 작성 문서를 화면으로 공유해요. 그러면 모두 같은 문서를 보면서 논의하기 때문에 이동 중에도 맥락을 잘 따라갈 수 있게 되죠.
3.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회고에서 남기며 함께 일한다는 감각을 잃지 않으려 해요.
- 해당 프로젝트를 하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개선할 점으로 나눠 이야기하는 것이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데 도움이 돼요.
- 회고 순서는 5분 정도 잡담을 나누고 공동협업 문서에 각자가 10분-15분 정도 회고 내용을 적어요. 다른 동료가 작성한 회고 내용에 답글 형태로 코멘트를 달거나 상황에 맞는 짤을 올리기도 해요. 작성 후, 서로가 느낀 감정이나 상황에 대해 공감하면서 어떤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요.
- 주간 회고를 하면서 개인적인 일들이나 업무 활동에서 오는 어려움을 속 편히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아요. 예를 들어, 빈혈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든 동료가 있으면 → 매일 오전 9시 스탠드업을 10시로 1시간 미루는 실험을 해봐요. 아이를 돌보는 동료가 어린이집 휴원으로 어려워하면 → 임시로 아이를 돌봐주시는 분이 올 때 맞춰 업무 시간을 유연하게 잡아봐요.
- 비대면 소통이 많은데 회고를 통해 동료마다 한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느꼈던 지점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도움이 많이 돼요. 되도록 본인이 했던 과업 내용 자체보다는 그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본인이 집중하고 기여했던 혹은 감정적으로 느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관찰한 것을 나눠요.
리모트워크를 위한 업무 환경 조성
1. 자신만의 업무 루틴을 만들어요.
- 반려동물과 같이 아침에 밥 먹고 30분 정도 동네 산책을 하러 갔다가 업무 공유 글을 올리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요.
- 집에 아이가 있어서, 아이 등원을 시키고 돌아오면 바로 업무를 시작해요. 아침에 항상 무언가를 먹어요. 전날 사둔 맛있는 빵이나 시리얼을 먹으면 찌뿌둥한 기운이 금방 사라져서 일에 집중하기 수월하더라고요. 오후에는 빨래를 돌린다든지 가벼운 집안일로 크게 크게 몸을 움직이면 오후 업무에 집중하기 좋아요.
- 출근할 때처럼 외출 준비를 끝낸 상태(양말까지 신으면 더 좋아요)에서 자리에 앉으면 흐트러지기 어려워서 집중이 잘 돼요. 업무를 시작할 때는 회사에서 하는 행동을 동일하게 합니다. 아침마다 사용하는 향수를 꼭 뿌리고 커피 또는 차를 마시며 업무를 시작합니다. 가끔 향을 태우거나 립스틱을 바르기도 해요.
2. 원격업무를 한다면 나만의 사무실을 만들어봐요.
- 듀얼 모니터와 높이 조절 책상을 구입했어요. 화면이 여러 개고 목을 굽히지 않으니 거북목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에요. 너무 앉아만 있지 않도록 가끔 책상 높이를 조절해서 일해요.
- 좋은 사무용 의자를 쓰는 게 중요해요. 식탁 의자에서 시OO 의자로 바꿨는데 허리도 안 아프고 집중이 더 잘 돼요.
- 방을 오피스처럼 꾸며뒀어요. 책상과 모니터를 구비하고 한쪽 벽면에 사무 공간처럼 느껴지는 포스터를 부착해서 사무실 책상처럼 만들어 뒀어요. 공기질과 심신 안정을 위해 거의 화원에 가깝게 공기정화 기능 위주의 식물을 많이 들여놓았어요.
- 업무시간에 사용할 업무용 PC를 정해두고, 해당 PC에서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계정을 업무용으로만 사용합니다. 혹 급하게 개인 용무로 브라우저를 쓸 일이 있더라도 세션이나 바로가기, 자동완성 등이 남아 업무 중에 눈에 띄거나 섞이는 일이 없도록 사생활 보호 모드로 사용해요.
3. 동거인이 있다면, 약속과 가이드를 공유해요.
- 동거인과는 특정 시간에 방에 들어가 있으면, 웬만하면 서로 말 걸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업무 캘린더도 공유해 두고 제가 어떤 시간에 어떤 일을 하는지 미리 알 수 있도록 했어요.
- 집중하는 동안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방문을 닫으면 일하는 중이니 방해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세워 가족과 공유했어요.
4. 혼자 있어도 휴식은 정말 중요해요.
- 밥을 거르거나 불규칙적으로 먹게 돼서 식사 시간을 정해두고 업무 캘린더에 표시해뒀어요.
- 업무시간의 시작과 끝을 정해 둡니다. 그러지 않으면 온종일 일하거나, 거꾸로 일을 저녁으로 미루거나 하면서 집중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쉬는 시간도 규칙적으로 정해 놓고 그때 가족과 차를 마십니다. 저녁에 일한다면 “이건 야근이야”라는 마음을 먹고 일해야 일과 생활이 구분돼요.
- 오후엔 10-15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게 피로가 누적되는 기분도 들지 않고 마음의 평안함을 유지하는 데 좋더라고요.
- 낮에 일이 안 되면 계속 끙끙대기보다, 그냥 멈추고 밤에 자기 전에 1-2시간 하거나 아침 일찍 일어나 1-2시간 더 해요.
- 원격업무가 권장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적용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집에서 일하다 살짝 산만해지고 ‘비타민D가 떨어지겠군’ 싶으면 점심 먹고 카페에 나가서 일해요. 햇볕을 쬐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기분 전환에도 좋아요.
- 혼자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업무 외에 다른 행동을 자주 하게 되더라고요. 이를 보완하려고 공식적으로 낮잠이나 책 읽는 시간을 가져요. 오히려 집중하는 시간이 더 늘었어요!
리모트워크를 위한 그 외 유용한 팁
- 원격업무의 경우 혼자 있어서 적막할 때가 많아요. 적당한 소음이 필요할 때 유튜브에서 '식당 분위기 소리'를 찾아 틀어 두거나 넷플릭스에서 '가상의 따뜻한 벽난로 소리'를 켜 둬요.
- 라디오나 팟캐스트도 좋아요. 가끔 대답도 하고, 혼자 엄청 웃으면서 업무를 하게 돼요. 동료와의 대화, 감정 교류를 팟캐스트와 함께하고 있어요. 잘 알고 따라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보다는, 모르는 음악이 많은 카페 선곡 모음을 찾아 틀어놓습니다.
- 업무 결과에 대한 기록 외에 메모장에 개인 업무 과정을 자주 씁니다. 예를 들어, “3시까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했고, 이후 이렇게 해야지" 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듯 작성해요. 무엇 때문에 원활하게 일이 풀리지 않는지, 뭐가 막히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파악할 수 있어 도움이 되더라고요.
- 책상이 없어 좌식으로 일할 때는 다리를 어떻게 놓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최대한 양반다리를 하지 않고 등을 기댈 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다리를 쭉 펴서 앉거나, 핀 다리를 살짝 굽혀서 엉덩이뼈로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아요. (사실 가장 좋은 건 책상을 구입하여 더 좋은 자세로 일하는 것입니다..)
리모트워크에는 정답이 없어요. 만능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요. 원격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또는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조직과 구성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도입했다가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적절한 가이드와 업무 도구, 그리고 동료와 소통하기 위한 열린 마음이 있다면 리모트워크가 딴 세상 이야기이기만 한 것도 아니랍니다. 빠띠와 슬로워크의 노하우를 참고해서, 여러분의 방식대로 최적의 ‘일 모드’를 만드시길 바랄게요.
🍊 슬로워크의 블로그에도 발행되었습니다.
글, 정리 | 빠띠 활동가 찐쩐 gj@parti.coop, 슬로워크 브랜드 라이터 누들
이미지 | 슬로워크 디자이너 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