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COVID-19 환경에서 함께 일할까?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조직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변화가 시급한 조직은 우선 인프라적 접근을 하게 되지만, 근본적으로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고 합니다.

"얼굴 보지 않고 일해도 일이 되나요?"
"만나지 않고 일을 어떻게 진행할 수 있죠?"
"사무실 없는 조직이 정말 가능한가요?"

빠띠 그룹스팀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온라인 간담회 솔루션스쿨 교육세션 2차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함께 일하기 : 비대면/비동기 조직의 신뢰와 협력을 중심으로" 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5년 동안 원격근무 조직으로 운영해온 빠띠의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는데요. 이 날 빠띠 그룹스팀이 소개한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 공유합니다.

👩🏻‍💻빠띠는 왜 원격근무 조직을 만들었을까?

빠띠는 2016년, 조직을 만들기 시작할 당시부터 원격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조직으로 만들었습니다. 각자 다른 조직에서 일을 해왔던 빠띠 설립 멤버들은 '일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터놓고 나누었어요.

“꼭 사무실에 모여서 일해야 할까?”
“사무실에 8시간 앉아있는 것이 일하는 것일까?”
“동시에 한 공간에 있지 않아도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원격근무 조직'에서 찾았습니다.

빠띠 구성원들이 서로 떨어진 채로도 협력할 수 있는 원격근무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거란 믿음을 갖게 된 데에는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모여 협력하는 조직을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동의 미션을 지향하면서 스스로 조직에 기여하는 활동을 한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한 기여 중심의 조직 문화를 만들려면 구성원의 활동 자율권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일할지도 포함되어 말이죠.

또한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 기술과 협업의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보다 더 민주적으로 협력하는 공동체 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원격근무? 분산근무?
참고로 2000년대 초반 창업 때부터 리모트워크 조직을 만든 '워드프레스닷컴'(회사명은 오토매틱)은 중심과 변방을 떠올리게 하는 '원격근무'가 아니라 구성원이 흩어져서 일한다는 의미로 '분산근무'라는 말을 쓴다고 합니다.

[영상] 워드프레스를 만든 맷 뮬렌웨그의 TED "재택근무가 비즈니스에 좋은 이유"

이렇게 출발한 원격근무 조직 '빠띠'는 어떻게 5년째 일해왔을까요? 빠띠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바로 신뢰와 협력, 실험입니다.

1. 빠띠에서 신뢰 쌓아가기 🙏

아래는 비대면 조직으로 전환할 때 '신뢰의 문제'에 관하여 흔히 갖는 질문인데요.

빠띠는 조직 구성원 간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 세 가지 원칙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 모두가 조직의 가치와 원칙을 지켜나간다.
  • 조직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 누구나 조직의 개선에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다.

각 원칙에 대해 다양한 실천법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빠띠 스타일 (조직과 크루의 가치와 원칙을 정리한 문서)
  2. 빠띠 핸드북 (조직의 여러 방법을 메뉴얼화한 문서)
  3. 월간 총회 (조직 워크숍)

신뢰 1. 빠띠 스타일

먼저 '빠띠 스타일'입니다. 이 문서는 빠띠에서 협업할 때 우선시 되는 가치와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방식(way of working)에 대한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정리한 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상을 벗어나는 말과 행동들이 많다면 서로 협업하기 힘들겠죠? 빠띠 크루들은 다른 크루들이 빠띠 스타일에 기반해서 일한다고 기본적으로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행동을 의심할 필요가 없고, 스타일에 기반해서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신뢰 2. 빠띠 핸드북

두번째는 '빠띠 핸드북'입니다. 핸드북(handbook)은 일할 때 한 손에 쥐고 보면서 활용할 수 있는 문서를 말합니다. 아주 구체적인 실무 정보, 규칙, 방법을 담고 있죠. 핸드북도 빠띠 스타일 문서와 마찬가지로 서로가 무엇에 기반해서 일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핸드북은 점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가설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어요. 공동편집이 가능한 위키 문서로 되어 있구요.

정리하면, 빠띠 스타일과 핸드북은 신뢰의 기반이 되는 문서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치와 원칙이 문서로만 존재한다면 아무리 잘 정리된 것이라도 효과가 없겠죠? 그래서 미션과 비전, 스타일과 핸드북에 정리된 조직문화와 구조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매달 엽니다. 바로 월간 총회입니다.

신뢰 3. 월간 총회

총회는 원래 워크숍이라 불리던 조직 내 이벤트인데요. 빠띠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부터는 '총회'로 개최하고 있어요.(빠띠는 2019년에 유한회사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비대면 원격근무 조직이지만 한 달에 한 번 총회 때는 모두 같은 시간에 모여서 얼굴을 보면서 회의를 합니다. 오프라인이 기본이지만, COVID-19가 한창 기승을 부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던 시기에는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했어요.

보통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시간을 쓰는데, 총회 때는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다같이 합니다. 아젠다는 모두가 함께 모으는데, 필수적인 것들은 이렇습니다.

  • 항해지도(목표) 논의: 각 팀의 목표를 공유하고 피드백
  • 살림살이(재정정보) 논의: 수입,지출,급여 등 재정적 공유 및 논의
  • 조직구조 논의: 팀, TF, 랩 등 조직체계 논의

어찌보면 민감할 수 있는 정보들과 안건인데요.(사실 평소에도 모두에게 공개되고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숨기는 것이 없는 조직'이 되어야 신뢰에 기반하여 함께 기여하며 만들 수 있는 조직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2. 빠띠에서 협력하기 🤝

다음으로 비대면 환경에서 협력을 할 때 생기는 이슈들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다른 소통과 협업 방법이 필요한데요.

빠띠에서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고 있습니다.

  • 주기적으로 일을 점검한다.
  • 비동기로 소통하고 협업한다.
  • 필요한 경우에만 함께 작업한다.

협력 1. 주기적으로 일을 점검한다.

함께 하는 일의 진행상황을 자주, 짧게 점검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분기 - 이렇게 나눠서 목표와 이슈,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논의해요. 루틴하게 진행되니 따로 회의 시간이나 아젠다를 잡지 않아도 되고, 매일 15분씩 이야기 하니, 혼자 일하며 생긴 이슈를 오래 끌어안고 있지 않아도 됩니다.

협력 2. 비동기로 소통하며 협업한다.

비동기 소통이란 서로 다른 시간대에 대화에 참여하는 소통 방식을 뜻해요. 질문이나 요청에 대해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하지 않는 방식이죠. 빠띠에서는 이러한 비동기 방식을 기본으로 택하고 있습니다.

비동기 방식을 채택한 것은 메신저나 회의 같은 동기 소통이 일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기 때문이에요. 집중해서 일하다가 메신저 알림을 확인하고 답변하느라 흐름이 끊긴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이에 비해 비동기 소통은 이런 특징이 있어요. 이러한 특징이 저희에게 필요하다 생각해서 이 방법을 택하고 있는 거죠.

비동기 소통화 협업을 위한 도구로는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 그룹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활용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빠띠 그룹스 활용하는 법
* 누구나 제안, 토론, 결정을 진행하고 의사결정 결과는 기록으로 남습니다.
* 모든 프로젝트는 위키 문서로 만들어서 점진적이고 투명하게 일을 진행합니다.
* 참조나 참여가 필요한 사람은 @멘션 으로 알림을 보내고 소통합니다.
* 동료의 질문, 요청, 토론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응답하거나 참여합니다.
* 누구나 자유롭게 팀, 소모임, 스터디, 관심사 채널을 개설하고 스스로 오거나이징 합니다.

협력 3. 필요한 경우에만 함께 작업한다. (공동작업)

그렇다고 항상 비동기로, 따로 따로 일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자주 자주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며 협업하는 걸 권장해요.

그런데 빠띠에서 하는 실시간 협업은 '회의'(meeting)라기 보다는 '공동작업 세션'(session)입니다. 오프라인에서 전지나 화이트보드 앞에 모여서 그림도 그리고 포스트잇도 붙여가며 결과물을 같이 만드는 워크숍이랑 비슷해요.

저희는 팀별로 하나씩 '온라인 칠판'을 만들어서 씁니다. 구글문서를 쓰는데요. 세션을 할 때면 별도 문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문서를 열어서 공동작업을 해요.

협업 방법을 정리해보면, 일의 점검은 주기적으로 나눠서 하고, 일상적인 토론과 의사결정은 비동기(빠띠 그룹스)로 하고, 긴밀한 협업은 공동작업세션(칠판)으로 하고 있습니다.

3. 빠띠에서 실험하기 🔬

조직 문화는 한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건 다들 공감하실 거에요. 구성원이 느끼는 일상의 문제를 작고 쉬운 실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죠.

빠띠도 처음부터 앞에서 소개드린 방식으로 일한 것은 아니에요. 지금 시행되는 방식은 지금에 맞는 것이고, 그땐 그때의 방식이 필요했던 거죠. 실제로 조직 규모와 구성원의 다양성이 증가함에 따라 신뢰와 협력에 관한 중요한 실천법을 바꿔왔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개인과 팀에서 실험거리를 만들고 있어요. 개인은 매일 항해일지로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 팀에선 주간 회고 세션을 가지면서 조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실험을 만드는 경험을 합니다. (회고 방법도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빠띠가 이렇게 일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빠띠도 팀이 나눠져 있고, 안건별로 의사결정 단위를 다르게 운영한답니다. 다만 매주 리더들이 주로 의견을 나누는 회의에도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리더들끼리 논의하던 안건이 총회로 넘어가거나, 구성원들끼리 논의하던 안건이 리더 회의에서 논의 하게끔 누구나 제안할 수가 있게 유연성을 갖고 운영합니다.

변화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몇 가지 이야기

사실 '조직문화'는 다른 조직을 따라한다고 바뀔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비대면, 비동기로 일하는 '분산근무' 조직을 실험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몇 가지 팁을 드리고 이야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정답이라기 보단, 한번 참고해보시길 권합니다.

*(팁) 비대면, 비동기 조직을 실험하기 *
1. 구성원 모두가 회고하고, 작은 실험을 만들어 봅니다.
2. 비전과 미션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3. 조직의 핸드북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합니다.
4. 비동기 협업 방식을 실험해봅니다.
5. 시작은 아기 걸음으로! 작은 성공을 만끽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빠띠 그룹스'를 미리 써보실 분을 찾습니다!

빠띠의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 그룹스'의 새 버전이 곧 나옵니다! 🎉

COVID-19 환경에서, 시민들과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조직, 단체, 그룹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새로운 빠띠 그룹스로 커뮤니티 만들기를 저희와 함께 실험하고 피드백을 주실 분들을 찾고 있어요. 빠띠의 민주주의 플랫폼을 함께 만들어갈 분들을 기다립니다 🙏🏻

📌신청하기: https://bit.ly/groups-test

신청 양식에 간단한 정보를 입력해주시면, 검토 후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이런 분들을 찾고 있어요!

  • 사회 이슈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 (영리/비영리, 조직형태 무관)
  • 회원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속하고 싶은 곳
  • 2개월 동안 빠띠 그룹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기본교육, 서비스 무료 제공)

🤝빠띠가 도와드립니다!

  •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 그룹스' 기본 교육을 해드릴 거에요.
  • 활용 중 궁금하신 점이 생기면 답변을 드릴게요.
  • 빠띠의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나 툴킷을 공유드립니다.

❓문의: 빠띠 그룹스팀 org@parti.coop

글: 빠띠 그룹스팀 org@parti.x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