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하면 가장 먼저 연결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사회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그러한 연결 속에서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커뮤니티안에서 잘 살아가는 것이 진짜 나의 행복과는 관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끈끈하게 이어진 이 관계들에 나를 끼워 맞추다 보니 어느새 진짜 나는 다 사라진 것만 같았거든요.

코로나19로 사람들 사이의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오히려 우리는 기존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친구 등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주는 불편한 감정노동을 그만하고 자발적인 혼자를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관계 맺고 싶어 합니다. 고립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니까요. 대신 나를 잘 모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모임을 찾아 적당한 거리가 주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느슨한 연결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느슨한 연대를 만들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어떤 사회문제나 이슈에 대해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라도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시작하기 힘들 때 이런 커뮤니티가 용기가 되곤 하니까요. 사회학자 김찬호는 "좋은 사회는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 보이는 사회”라고 얘기하며 “낯선 사람들끼리 연결되고 연대하려면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하는지 상상하지 않으면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타자에 대한 상상력, 타자에 대한 공감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존중하는 만큼 존중받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신뢰하는 안전함 속에서의 대화와 협력은 단순히 연결 그 이상의 힘을 갖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해결책을 함께 생산하고 나누는 커뮤니티, 지금 우리 사회에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느슨하고 안전한 커뮤니티에 대해 우리는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지 않을까?

사회문제, 커뮤니티로 해결 할 수 있을까?

빠띠는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할 꺼리들을 찾아보고 이것을 커뮤니티에서 소통하고, 커뮤니티로 협력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슈 커뮤니티'라고 이름을 붙여 봤는데요. 이슈 커뮤니티는 다양하고 안전하게 개방적으로 이야기 나누고, 할 수 있는 만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원하는 이슈에 스스로 참여하고, 수평적 관계에서 나의 의견을 솔직하게 나누며, 개방된 상태에서 여러 사람의 꾸준한 개선을 통해 계속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지속가능함을 확인하는 것. 이런 ‘이슈 커뮤니티'와 그 경험들이 많아지는 것이 우리사회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드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커뮤니티 실험실은 이슈 커뮤니티를 함께 만들고 그 경험들을 더 많이 나누기 위한 과정입니다. 시민 사회나 소셜섹터는 다양하고 많은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단체에서 주제를 제안하고 시민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정해 공동작업을 하는 형태로 커뮤니티 실험실을 열었습니다. 커뮤니티 실험실에서는 2개월 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가볍고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작합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고 쉽게 조정하면서 손에 만져지는 결과를 만들고 작은 성공을 함께 축하합니다.

카누가 지향하는 커뮤니티를 담아 '카누 커뮤니티가 일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보았다.

커뮤니티 실험실로 만난 사람들

“우리 너무 인간중심적으로 언어를 쓰고 있는 거 아닐까?” _ 동물해방물결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 좋아요 누르는 것 말고 행동할 순 없을까?” _ 오늘의 행동
“기후위기 말로만 말고,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_ 청소년 기후행동
“누가 요즘 물건만 보고 사? 기업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_ 한국다양성연구소
“의생활 속 제로웨이스트 실천, 어떤 것이 있을까?” _ 다시입다연구소
“가드닝, 개인 취미를 넘어 사회적 의미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_ 마인드풀가드너스
“좋아하는 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며 살아갈 수 있다면?” _ 사회비행자
“다름으로 갈등하고 배제하기보다, 다양성의 가치로 보듬을 순 없을까?” _ 호모인테르

1탄과 2탄 한 달 간격으로 나눠 커뮤니티 실험실이 열렸습니다. 8개 단체가 제안한 8가지 주제마다 커뮤니티 함께 운영 할 멤버들을 모집했는데, 평균 10명씩 멤버가 모였습니다. 신청하는 멤버들을 보면서 ‘취미나 자기계발도 아닌데, 멤버로 함께 할 사람들이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것이 부끄럽더군요.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뭔가 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겠지요.

커뮤니티 실험실 1탄 오리엔테이션에 함께 한 멤버들의 모습

“혼자서는 용기를 잘 못 내는데, 뭉치면 마음과 생각도 공유하고 용기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요.”
“청원에 동의하고 서명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보고 싶습니다.”
“세상이 바뀌진 않더라도 나와 내주변이 변화하는 과정을 기대합니다.”

1탄과 2탄 각각 전체 멤버가 모인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커뮤니티 실험실의 항해는 시작되었습니다. 커뮤니티별로 카누를 개설하고, 소통과 협력은 카누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모임 일정을 투표로 정하고, 커뮤니티에서 뭘 하고 싶은지 아이디어를 꺼내고 모으며,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약속도 만들었습니다. 커뮤니티마다 진행 할 프로젝트는 항해지도에 담겨 계속 항해 중입니다. 2개월의 항해 후 어떤 배움과 경험들이 있었는지 할 말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실험실의 더 깊은 이야기는 그때 또 나누도록 할게요.

커뮤니티마다 카누를 개설하고 소통과 협력은 카누를 통해 진행된다.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커뮤니티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
카누 커뮤니티는 우리 모두의 기여로 꾸준히 나아 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