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엔트로피], 미디어 프로토타입

지난 작업들 공유와 프로토타입의 등장

쿠키🍪를 기억나시나요? 두 번째 에피소드 마지막 부분에 다음회 예상으로 적힌 쿠키🍪는 "타겟오디언스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미디어 프로토타입과 베타버전 구독 진행" 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세 번째 에피소드는 공익데이터팀의 미디어 [엔트로피]의 생김새와 프로토타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우리는 이번 프로토타입 작업을 하기 위해 제작 기반을 만드는 사전 작업들을 했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공익데이터를 이야기 해야 하는 이유. 공익데이터를 이야기 하는 미디어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고요. 두 번째 에피소드는 미디어의 타겟 오디언스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실행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를 읽으며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데이터 리터러시에 도움이 되는 짧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엔트로피]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전달되는 콘텐츠, 미디어의 이름, 브랜드 디자인, 상호작용 요소를 비롯한 표현 방식이 우리가 다루려는 공익데이터와 데이터 리터러시를 타겟 오디언스에게 전달함에 있어 적합한 방식인지를 가장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프로토타입은 크게 이름과 콘텐츠로 구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름을 고민하기 위해 진행했던 과정과 콘텐츠를 고민하기 위해 가졌던 maker week 프로토타입 과정을 공유 합니다.


이름을 결정하기 위해 진행한 선호도 조사

이름을 결정 하는게 제일 어렵다. [엔트로피]

미디어의 타겟 오디언스가 정해지고 미디어 기획안을 작성하며 해본 생각이 있는데요. 기획안에 적힌 채널 전략을 실행하다보면 독자에게 필요한 종합적인 콘텐츠들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콘텐츠를 만들면 발행을 해야하는데 "어떤 이름으로 해야하지"라는 질문이 들었어요. 아직 이름이 없었거든요. 발행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디어 작명' 고민을 미룰 수 없었어요.

뒤이어 팀원들과 작명 아이디어를 모으는 회의를 가졌어요. 물론 회의를 하기 전, 생각해본 이름들이 있었습니다. '데이터포굿, 데이터액팅'. 팀에 합류하기 전, 팀원들이 생각해본 이름과 미디어 기획단계에서 떠오른 것들 이에요. 좋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우리가 미디어에서 담아야 하는 가치를 더 이야기 해보며 작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뉴미디어 뉴스레터 이름의 레퍼런스 체크를 진행했고, 그 다음 공익데이터 미디어의 작명 논의를 진행했어요.

뉴욕타임즈에서 운영하는 뉴스레터만 65개 입니다. 정말 많죠. 국내외에서 유명한 뉴스레터와 미디어의 이름을 살펴봤어요. 유명한 미디어들은 지향하는 가치나 효능감을 이름에 함축적으로 잘 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뤄야 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미디어의 필요성에 대해 이미 말해본적은 있지만, 처음 미디어를 접하는 독자가 어떤 느낌을 받으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생각해본 느낌을 형용사로 정리해보면 개성이 있고 쉽게 느껴지는 듯한 단어들 입니다. 명쾌함, 산뜻함, 오리지널 등.

느낌 다음으로는 주로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공익데이터라는 단어인데요. 단어에 갇힐 것 같다는 이유로 공익데이터에 얽메이지 않는 것이 어떤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미디어 자체가 시민의 알권리, 공익에 기여하는데 공익데이터를 이야기 하는 것은 공익을 강조하고 중복해 말하는 것 같은 답답한 인상을 주는 것 같았어요.

논의 과정을 거쳐 6개의 이름 후보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이름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고요. 저희 팀은 이 이름들을 가지고 전체 크루들에게 투표를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엔트로피]라는 이름을 결정했습니다. 이름의 모호성이 데이터를 심상으로 해석하는 과정과 비슷하고, 시간이 흐르는 것 처럼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계속 팽창한다는 엔트로피 법칙의 뜻이 가진 뉘앙스가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는 데이터 같았습니다.

팀은 이름을 결정하며 미디어가 가지고 갈 톤앤매너도 이야기 했는데요. 콘텐츠와 브랜딩에서 [팽창하는 데이터], [연결되는 세대], [현대 사회의 데이터 세대 공감]. [막연한 불안을 해소, 방황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무엇을 놓치는지 모르는] 등의 키워드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키워드의 연결을 생각하며 제작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나도 잘 모르는데"를 중요한 태도로 정했어요. 이것은 무책임한 선언이 아니라. 나도 잘 모르지만 이 질문 속에서 생각을 하고 영감을 얻어 데이터 영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가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나도 잘모르지만 함께 알아가는데 노력하겠다는 개념이에요.

작명을 하기 위해 지나간 논의들 어떠셨나요? 브랜드 요소들이 아직 부족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브랜드의 미디어가 탄생할지 기대가 되는 시간들이었어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스프린트, maker week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스프린트, maker week

디자인 스프린트를 하면 월요일에 질문을 뽑고 화요일에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스케치한 다음 수요일에는 솔루션을 결정하고 스토리 보드를 만들게 됩니다. 목요일이면 프로토타입이 나오고요. 금요일에는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게 5일 만에 끝나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아예 5일 걸리던 스프린트를 이틀로 줄이고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제안해 효율을 높였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메이커위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반드시 상용화되지 않고 오히려 “상용화에 대한 부담 없이 순수하게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입니다. “혁신할 자유와 시간(the time and freedom to innovate)”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미디어 제작과 함께 진행중인 사업이 많은 팀 환경속에서 콘텐츠를 두고 느릿하게 고민하기 보다는 아이디어를 빨리 만들어보는 스프린트를 할 필요가 있었어요. 처음 진행한 콘텐츠 기획은 [ 주간 이슈가 된 뉴스에서 독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여러 상호작용이 들어간 스토리텔링과 기반이 되는 데이터가 함께 제공합니다.] 이고, 우리는 메인콘텐츠에 범위 안에서만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더 발전하려고 했어요. 메이커위크를 제안했습니다. 팀원들과 메이커위크를 갖기 전 미디어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왜?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메이커위크에서는 '어떻게?'를 구체화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떻게에 해당하는 내용은 독자에게 콘텐츠를 자주 보내는 것 입니다. 독자에게 자주 보내려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 데이터를 둘러싼 세상의 이야기 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기존 데이터를 다루는 미디어에서는 데이터 산업, 정책이 시행된다는 기사들이 주를 이루었어요. 아니면 데이터를 이용한 저널리즘을 리뷰하는 것들이고요. 이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맥락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이고 앞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바꿔서 들려줄 필요가 있었어요. 비단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수학모형이나 기업의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과 알고리즘이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를 설명하는 이야기들도 함께 다뤄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디지털 디바이스와 데이터가 결합된 서비스 이용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요.

팀원들과 내 삶에 도움이 될 데이터를 둘러싼 세상의 이야기 사례를 모았습니다. 정말 많은 주제들이 나왔어요. 알고리즘, 데이터 거래, 인공지능, 데이터 교육, 데이터 인사이트 칼럼, 개인정보보호 등의 데이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야기. 문화, 마케팅, 디자인, 과학 등 데이터로 파악해볼 수 있거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주제도 나왔어요.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스케치를 만들고 스토리 보드를 만들어봐야 겠죠.

아이템 리서치를 진행하고 내러티브 스토리텔링과 상호작용을 담은 형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콘텐츠 아래에는 오늘 읽어본 콘텐츠에 대한 의견을 기록하는 타운홀을 연동해 본인의 생각으로 이슈를 정리해보고 다른 독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도 연결해두었습니다. 지속적으로 독자와 대화하기 위한 전략이죠. 성공한 비즈니스 뉴스레터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뉴스를 떠나 데이터 리터러시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찾기 위한 시도 입니다.

엔트로피 1회의 콘텐츠 구성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제안

1, 2회 아이템 리스트
노벨 경제학상과 데이터의 신뢰성 혁명
청소년 건강에 대한 페이스북의 악행
개인정보보호와 인권에 대한 인공지능의 위협
AI업체에 넘겨진 1억 7천만건의 얼굴 사진 데이터

메이커위크를 통해 총 4회의 뉴스레터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4번 발행하며 횟수의 증가와 함께 콘텐츠 종류를 한개씩 더 제공하는 실험을 하기로 이야기 했습니다. 2주차는 루틴 콘텐츠에 해당하는 심층적 오피니언을 담고. 3주차에는 오피니언과 데이터 저널리즘 큐레이션을 함께 제공하는, 콘텐츠 유형이 하나씩 추가되는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엔트로피에 남아있는 실험과 미래

1회의 오픈율은 50%를 넘었습니다. 독자의 모수가 적긴 하지만 편집하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실험하고 제작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1회를 보낸지 2주가 지나가는데요. 콘텐츠 생산과 발행의 사이클이 벌어지는 것을 점검할 필요도 있습니다. 미디어를 제작하는 업무만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업무에 많이 참여하는데요. 적절한 콘텐츠 제작과 발행 사이클을 찾기 위해 위해 몰입하는 것을 점검 중입니다.

웰컴레터와 구독페이지 그리고 브랜딩이 가장 우선순위의 업무로 남아있습니다. 구독과 발행 뿐만 아니라 독자와 가장 처음 관계를 맺는 과정에 대한 사용자 경험 설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이 역시 레퍼런스를 찾아두었고, 형태에 대해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비주얼 에세이를 넘어 데이터를 재밌게 만드는 더 푸딩. 문화와 일상을 넘어 데이터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을 조망하는 미디어. -the pudding 홈페이지 갈무리-

타겟 독자를 유입하기 위한 메시지도 중요하겠네요. 전달할 채널과 홍보도 중요하고요. 이런 것을 생각하며 팀원들과 미디어의 타겟을 특정하는 'D세대'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D세대를 정의해보며 “출생 이전부터 데이터는 존재했지만 데이터를 데이터라고 인식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 "데이터라는 것은 사실 이전에도 존재한 것이고, 이전세대와 차이를 가르는 것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것, 모르더라도 그것을 배우는데 거부감없는 사람들". "공기를 마시면서 H2O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데이터를 다루는 디지털 기술이 낯설지 않은 사람들". "데이터로 일상이 변화하는 사회에 살지만, 데이터를 내 삶에 받아들이는 방법을 모르거나 고민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D세대인것 같아요. 데이터, 아직도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지속해줄 수 있어야 겠죠. 꼭 필요한 이야기기도 하고요. 어렵겠지만 천천히 함께 만들어가 보실래요? 앞으로 조금씩 미디어를 구상하며 그린 밑그림을 채워가며 소식 들려드릴게요. 구독으로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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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편집 | 빠띠 공익데이터팀 큐 data@parti.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