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장’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잠시 상상해 볼까요? 넓은 공간에 여러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여럿 둘러앉아 있네요. 상상 속 행사장 앞쪽에는 현수막이 걸려 있군요. 현수막의 ‘주최'라는 글자 뒤에는 혹시 공공기관의 이름이 적혀 있진 않나요?

네, 코로나19 이전에 우리가 경험했던 공론장 행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대체로 이런 모습일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공론장들을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일상의 공론장,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참여하는 걸까요? 온라인에서, 빠띠 믹스로 어떻게 공론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2021년 한 해 동안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잠깐,

🌿2021년 한 해 빠띠 믹스와 함께한 이러한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 활동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 녹서”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녹서 보러가기)

🎥또, 각 작은공론장 기획자들, 공론장활동가 네트워크, 콘텐츠 협력가로서 다양한 각도에서 빠띠 믹스와 함께한 사람들의 회고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에서 만나보세요. (영상 보러가기)

그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

코로나19 속에서는 대면이 어려우니 자연스레 회의들은 화상회의로, 오프라인 행사들은 온라인 행사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하던 것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자니 무언가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느낌, 다들 느껴 보셨지요? 온라인에서는 우리가 공론장 행사에서 흔히 사용하던 현수막도, 테이블도, 점착 메모지도 모두 쓰기 어려운걸요!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토의하여 공론을 형성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일회성 대체제’로서의 온라인 행사를 여는 것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연계해 꾸준히 소통하고 토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열 필요가 생겼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민사회가 새로운 소통 방식을 통해 공론 형성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 마련한 공론장이 아닌 시민주도의 자체적인 공론의 공간을 열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만들고, 활용해 보았습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일상의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

빠띠 믹스는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입니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숙의’로 ‘대안을 도출’하며 ‘공론을 형성’하는 ‘디지털 공간’인데요(헥헥). 빠띠 믹스 공론장은 시민 제안과 공감, 숙의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공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야기가 휘발되지 않고, 쌓이고 모이며 발전하게 됩니다. 그렇게 형성된 공론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공론화 하고 제도화할 수도 있지요. 또, 이 과정에서의 모든 자료와 토의 내용은 저절로 축적되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아주 중요한 매력이 있습니다(실무자들이 아주 좋아하는 대목). (빠띠 믹스 소개 보러가기)

2021 빠띠 믹스와 함께한 시민주도 공론장들

2021년 한 해 동안 빠띠 믹스를 활용한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을, 총 5개 단체와 7건 열었습니다. 우리는 이 공론장들을 ‘작은공론장’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시민이 직접 주도하여 바로 열 수 있는 공론장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일곱 개의 공론장을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자세한 정보는 각 믹스 공론장 그룹이나, 녹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은공론장'은 크게 두 가지 부분이 어우러진 공론장 형태입니다. 한 부분은 빠띠 믹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한 부분은 화상회의 툴을 활용한 실시간 공론장 행사입니다. 먼저, 빠띠 믹스에 공론장 그룹을 개설하고, 각 단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에 따라 토의 주제를 선정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주제에 대해 정보를 제시하며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토론을 하기 시작합니다. 주로 ‘투표’게시판을 사용하지요. 참가자들이 한날 한시에 모일 필요가 없고, 각자의 자리에서 참여하기 쉬운 시간에 토의를 합니다.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들어올 수 있으니 논의를 쌓기 쉽습니다. 그렇게 사전 토의를 진행한 후에 ‘줌(zoom)’에서 실시간 공론장 행사가 열립니다. 행삿날에는 먼저 토의 주제에 관해 발제자들이 발제를 하고, 믹스에서 진행된 사전토의 내용을 공유한 후에, 소회의실로 나뉘어 ‘소모임 토의'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각자 주제에 맞는 ‘시민제안'을 빠띠 믹스에 작성해 업로드하고 행사를 마무리합니다. 행사가 끝났다고 바로 우리의 ‘작은공론장'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사전토의부터 시작해 실시간 공론장 행사에서 나온 내용을 모두 정리해 토의결과보고서의 형태로 공개해야 비로소 한 주기의 공론장이 끝납니다. 때로는 카드뉴스나 기록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구요.

가장 먼저, 청년기후긴급행동 작은공론장이 열렸습니다. 3월 26일 “서울시 기후정의를 위한 시민정책제안”입니다. 이 공론장은 지난 2021년 4월에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재보궐)를 앞두고 열렸는데요. 거대도시 서울에서 어떻게 하면 기후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빠띠 믹스 청년기후긴급행동 그룹)

두 번째로는 서울청년유니온과 4월 24일 “공정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작은공론장을 열었습니다. 당시 많이 들려왔던 단어, ‘공정’. 그 후 청년의 삶은 좀 더 나아졌을까요? 공정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청년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대안이 무엇일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열고 이야기를 모아 봤습니다.
서울청년유니온과는 10월 16일, 공론장을 한 차례 더 열었습니다. “나 청년인데, 내 동년배들 다 일자리 고민한다”라는 재치있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청년들이 모여, 지역의 경계를 넘어 일자리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대안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두 번의 숙의 공론장을 엶으로써, 이야기가 발전해 나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빠띠 믹스 서울청년유니온 그룹)

이번에는 부산입니다. 부산청년들과도 총 두 번 공론장을 열었습니다. 먼저 6월 6일 열린 “부산에서 나답게 살 수 없을까?”에서는, 지역격차와 청년인구이동, 교육과 진로, 일자리 등을 키워드로, 부산에서 청년들이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11월 18일에 열린 “지역에서 활동하기 막막한 청년들을 위한 작은 공론장”은, 작은공론장들 중에서 시간순으로는 가장 마지막이었는데요. 청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모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청년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지역간 네트워크의 필요와 방법에 대해 실질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빠띠 믹스 부산청년들 그룹)

7월에는 빠띠 믹스 작은공론장 사상 최다 발제자 수 기록을 보유한 “팔도강산 백수들의 먹고사니즘에 관하여” 공론장을 니트생활자와 함께 열었습니다. 전국 ‘팔도’에서 살짝 모자란, 전국 7도의 발제자로부터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미니 토크쇼처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들도 대부분 전국 각지의 무업 청년들이었는데요. 과연 각자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모으며 서로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지역에 따라 무업 상태에서도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빠띠 믹스 니트생활자 그룹)

마지막으로 소개할 공론장은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와 함께 9월 3일에 개최한 “나는 이럴 때 사경을 헤맸다” 공론장 입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열린 이 공론장에서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는 여러 활동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빠띠 믹스 사회적경제활동가 그룹)

공론장 활동가 네트워크

2021년 3월. ‘공론장 활동가 모여라' 했더니 아무도 모이지 않았습니다.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론장 기획을 해보긴 했지만 내가 과연 공론장 활동가일까? 시민단체 활동가는 맞는데…”, “나는 공론장에 참석만 해봐서 활동가라고 하기엔 어려운걸…”, “공론장이 뭔지 잘 모르지만 관심은 있는데, 나도 가도 될까?” 등등.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공론장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모인 일은 많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있는 이들이 몇 명을 모여 ‘일단’ 공론장 활동가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몇 달 후, ‘공론장 활동가 모여라'하면 나타나는 공론장 활동가 네트워크 멤버가 열 다섯명이 되었습니다. 20여번의 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공론장 활동가 네트워크는 (잠재적)공론장 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네트워킹하는 모임입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온라인에서 모여 공론장의 이론과 실제에 대해 공부하고, 공론장 활동 경험을 함께 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론장에 관한 책을 읽고 토의하며 이론적 이해를 높이고, 빠띠 믹스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인 ‘디지털 공론장 활동가 양성과정'을 이수했습니다. 일종의 모의 공론장인 ‘나노공론장' 시간을 가지며 퍼실리테이터와 아키비스트 역할을 번갈아 맡기도 하고 참여자로 참여하기도 하며 공론장과 친해지는 동시에 공론장 경험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자신감과 공론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멤버들은 빠띠나 다른 단체, 기관 등에서 개최하는 여러 공론장에 참여해 퍼실리테이터나 아키비스트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주도 공론장을 직접 기획하고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활동을 이어가며 점점 우리 사회의 공론장의 필요에 대해 공감하는 활동가들이 늘어났고, 서로 네트워킹 하며 함께 활동하는 기반을 즐겁게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에도 계속되는 공론장 활동가 네트워크 소식 보러가기)

빠띠 믹스 열린공론장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인 빠띠 믹스에는 여러 공론장 그룹이 있습니다. 그 중 ‘열린공론장’은 빠띠가 직접 운영하는 공론장인데요. 빠띠 믹스 콘텐츠 협력가들이 여러 사회적 이슈들에 토의 콘텐츠를 작성하여 올리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의가 이뤄지는 공간입니다. 시의성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의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단순 찬반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이슈의 쟁점과 맥락을 파악하기 쉽게 정리된 글을 읽고 그에 대해 숙의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왜 찬성하는지, 혹은 왜 반대하는지. 심지어는 왜 고민되는지, 어떤 점이 어려운지 등을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토의 외에도 빠띠 안팎의 여러 공론장 관련 소식들도 볼 수 있는, 말그대로 ‘열린’ 공론장입니다.

맛보기로, 기후위기에 관해 네 편에 걸쳐 숙의 토의 콘텐츠를 연재하며 토의를 발전시켜 나간 “기후위기 토의 시리즈”에 한번 참여해 보시면 어떨까요?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여러 후보들의 정책을 소개한 ‘정책배틀’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나가며

대안이 없는 시대를 한탄합니다. 누군가는 탈진실의 시대를 걱정합니다. 부족, 종족, 혹은 진영이라고 부르는 집단간의 헤어날 수 없는 적대만 남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도 합니다. 불평등의 심화 사회의 양극화, 기후위기의 심화 등 당면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파편화 되어 각자도생하는 비관과 회의가 가득한 시대를 표현하는 한탄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시민이 주도하는 디지털 공론장을 활성화 하는 것이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더 나은 민주주의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그 자체는 아니지만 대안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이를 위해 2021년 한 해 동안 시민사회단체 및 비영리조직들, 그리고 공론장활동가네트워크와 함께 다양한 공론장 활동들을 벌여나가고자 하였습니다. 다양한 영역과 층위에서 공론장을 활성화 하고자 하는 활동가들이 늘고 그 공간과 실천들에서 시민들의 공론장 주체로서의 참여 역량 또한 강화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연결된 우리 공론장 활동가들은 앞으로도 한국사회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토의를 통해 공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과 층위에서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을 활성화 하는 활동을 벌여나가고자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공론장 활동,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작성 I 도란, 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