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시민에게 필요한 의식과 역량은 무엇일까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과 빠띠가 함께 한 ‘디지털 시민의식’ 강의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소통과 협력의 공간, 시민 협력 플랫폼

요즘 플랫폼이란 개념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플랫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플랫폼이란 학술적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기에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를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보와 가치의 교환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민 협력 플랫폼은 무엇일까요. 시민 협력 플랫폼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관 등 한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간입니다. 시민은 민원을 제기하고, 기관은 답변을 하는 기능을 넘어서 민원을 포함하여 지역과 공동체를 개선하는 제안이 오가며 시민이 함께 토론하고 기관은 시민들의 의견을 성실히 수렴하여 반영 결과를 공개하는 과정이 일어나는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공간에 구현되지만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말 그대로 다양한 주체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되는 활동입니다.

최근 새로운 사회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이러한 시민 중심의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정책의 수동적인 수혜자나 소비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책 거버넌스 형성에 참여하는 적극적 행위자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행정기관에서도 시민의 제안을 받고 정책화하는 플랫폼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기관이 운영하는 플랫폼은 기존의 법과 제도 권한을 넘어서는 영역의 문제를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제는 일상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한 지속 가능한 플랫폼 운영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역 격차와 불균등한 주민 참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디지털 기반의 시민 참여 플랫폼들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만들어가야 합니다

민주주의 서울에서 발견한 시민 협력의 프로세스

빠띠는 2017년부터 19년까지 서울시와 함께 민주주의 서울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시민 협력 플랫폼의 기초적인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을 정리해서 시민 협력 플랫폼 데모스x 운영 가이드를 발간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지자체에서 민주주의 서울과 같은 시민은 쉽게 제안하고 기관은 정책을 제안한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제안 검토 단계를 거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공론화 과정을 진행한 뒤, 제안을 숙성하고 이것에 대해 기관장이나 담당 기관들이 답변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민이 제안하면 공무원이 답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민의 작은 아이디어로부터 사회적 맥락, 공공성을 발견해서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마련한 모델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모델이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바라는 민주주의 모습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고 그런 점에서 시민 협력 플랫폼이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책 제안 플랫폼이나 공론장 플랫폼은 시민 협력 플랫폼의 초기 단계일 뿐입니다. 아직까지 대다수의 시민협력플랫폼에서 논의되는 어떤 사안이나 결정의 단위는 사실 행정이나 의회가 맡고 있는 역할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시민들은 더 많은 참여와 협력을 원합니다. 의견을 제안하고 그 제안이 선정된 다음에 그것이 어떻게 사업화되었는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사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도 이런 참여들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참여가 보장된다는 것은 하나의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라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이 그 실천 과정에 참여하면서 의견을 보태고 더 나은 방향으로 추진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됨을 의미합니다. 플랫폼을 통해서 비슷한 관심을 가진 동료 시민들과 논의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더 많고, 다양하고,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플랫폼에서 토론하고 함께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어떻게 불러볼까요?

시민 협력 플랫폼을 위한 필수 과제, 협력과 제도의 기반

현재 상황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양한 기관과 주체들의 협력이 있어야 이 시민 협력 플랫폼이 실제 플랫폼으로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복잡해지고 해결을 위한 자원은 굉장히 복잡해지고 있지만 제도와 자원은 이전의 틀을 따르고 있습니다. 시민의 제안이나 의견이 실제 실행되기 위해선 다양한 기관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고 할 때 ‘어떤 문제를 플랫폼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논의할 수 있고,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참여해야 하는가’ 등 민주주의와 관련된 중요한 원칙들이 논의되어야 하고 기술적 과제들도 해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50명이 공감해야 공론장을 연다’, ‘20만 명이 댓글을 달아야 답변한다’와 같은 과정의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사실 행정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운영 규칙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민이 공감하는 과정을 거쳐서 대표성을 확보하는 과정들과 민주주의 플랫폼 관련 제도들이 만들어져야 시민 협력 플랫폼이 한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이 개개인의 투표들이 실제 해당 시민이 참여한 것인지, 투표가 정확하게 처리되었는지 등 시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을 마련하고 도입해야 합니다.

이렇게 협력과 제도의 기반들이 마련된다면, 민주주의 플랫폼으로서의 시민 협력 플랫폼은 비로소 바로설 수 있게 됩니다. 시민과 시가 함께 제안해서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진행하고, 실질적 권한을 가진 기관이 책임지고 실행하는 정책 수립 조례 개정 실험 단계를 거친 뒤에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제도에 입각한 주민 투표가 일어나는 것이죠. 그야말로 시민이 참여해서 모든 것들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시민 협력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반들

경기도 마을 정책 플랫폼, 도미니

경기도 마을 공동체 지원센터에서는 경기도 마을 정책 플랫폼 도미니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미니에서는 마을과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상상하여 정책으로 제안하고 이 제안이 신청된 후에 선정된 공동체에게 정책 개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더 좋은 삶을 위해 자신과 이웃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 해결 방안을 상상하여 도미니에 제안하고, 공감을 받으면 도미니 운영위원들의 검토를 거쳐서 지원이 결정됩니다. 이후 정책 개발비를 지원받아서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시켜 나가는 공동체 활동을 진행하면 됩니다. 정책 개발비는 일시적인 어떤 캠페인이나 봉사같은 방법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 해결 방안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시스템화하는 해결 방법을 찾는 활동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경기도 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 메인 화면

정책 제안이라니 너무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마을 공동체 지원센터에서는 마을 정책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바로 연계될 수 있는 그런 활동들이죠. 도미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마을 정책 플랫폼의 필요성에 대해서 기관이 아니라 도민들이 먼저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2년 전 열린 경기도민 정책축제에서 권정미 님이 제안해 주신 내용입니다.

“내가 나의 마을을 바꾸기 위한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이 이후에 어떻게 논의되고 발전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이런 실천들이 나의 주민 이웃 주민들도 알 수 있도록 정보가 축적되고 공유되면 이 기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도미니는 2021년에 시작된 플랫폼입니다. 경기도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시군센터 그리고 경기도민이 함께 가꿔 나가야 할 공간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많이 참여해 주셔서 시민 협력 플랫폼의 대표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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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 단디
편집자 I 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