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많고,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이 주도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론과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해왔습니다. 대한민국 밖 세상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민주주의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지난 2월과 3월, 빠띠 크루들은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 내용을 2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협력을 만드는 사람들
1편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협력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문을 열어봅니다.
빠띠는 누구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공감해주시는 많은 분들과 다양한 시민협력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 [민주주의 항해일지 1.0] 4화. 시민협력플랫폼을 향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또한 빠띠는 시민협력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더 많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고민의 여정 속에서 만난 바르셀로나의 디지털 참여 플랫폼 '데시딤'과 런던의 이슈를 시민과 실시간으로 협의하고 정책으로 반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토크런던' 사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결정한다! 오픈소스 디지털 참여 플랫폼, 데시딤
데시딤 홈페이지
카탈루냐어로 ‘우리의 결정’을 의미하는 데시딤 Decidim(https://decidim.org)은 도시와 조직을 위한 디지털 시민참여 플랫폼입니다. 자유롭고 안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재조직화 하는 공간이지요.
데시딤의 목표는 시민, 조직 및 공공 기관이 모든 규모에서 자체적으로 민주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입니다. 더 민주적으로 도시와 조직을 운영하고 싶은 곳이라면 데시딤의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시민참여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주민과 함께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협력적인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2016년 부터 ‘데시딤 바르셀로나’라는 디지털 시민참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데시딤 바르셀로나에서는 제안, 회의, 결정, 모니터링으로 모든 시민이 협력할 수 있습니다. 사업이나 의제별로 진행되는 과정이 상이하지만, 큰 틀에서는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시의회의 정책 의제에 대한 실행 계획 업데이트
시민은 계획에 대한 ‘제안’을 작성하거나 제안에 대한 토론(지지, 반대, 중립 등)에 참여. (또다른 제안을 작성하여 시 실행계획에 의견을 낼 수 있음)
의제 관련 온/오프라인 회의 참여 (이때, 플랫폼에는 영상회의 기록 링크 등 회의 정보가 함께 공개되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확인 가능)
시민의 의견과 제안은 취합되어 실제 정책에 반영
위 과정은 플랫폼에 단계별로 모두 공개되어 있어 원하는 시민은 언제든 참여할 수 있으며, 논의 이후 실행 결과에 대한 정보도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르셀로나 거주자는 각 지구에서 시의회가 실행할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제시/정의/우선순위 지정/투표 등으로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구별로 예산을 확인하여 투표로 우선순위를 선정할 수 있지요.
누구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 관해 제안하거나, 토론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데시딤은 두 가지 방법으로 모두가 차별 없이 의제를 확인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데, 첫 번째는 모든 과정에서 필요 정보를 최대한 많이, 투명하게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이 정보를 단순히 공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때 적절히 찾아볼 수 있도록 의제별, 프로세스별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사업별로 상이하게 설계되는 진행절차
두 번째는 온라인과 동시에 오프라인으로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필요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적절하고 기획하고, 어느쪽이든 상세한 정보를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회의소집요청을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회의가 개최된 이후에는 상세한 회의록을 빠짐없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플랫폼과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사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도 중요한데요. 시민이 더 지속적이고 효능감 있게 참여하고 상호 협력하기 위해, 데시딤은 운영측이 다음과 같은 지침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가능한 한 최단 시간에 모든 질문과 기여에 응답하기 위해 시민에 대한 약속을 해야 합니다.
참여 과정의 결과를 추적하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약속도 채택되어야 합니다.
실행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실행이 완료되면 참여 프로세스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지표 통합을 연구하기로 약속해야 합니다.
런던의 이슈를 실시간으로 협의하는 디지털 플랫폼, 토크런던
토크런던 홈페이지
토크런던 Talk London(https://www.london.gov.uk/talk-london)은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해 런던시에서 운영하는 플랫폼 입니다. 시정과 관련된 12개 주제별 이슈(예술과 문화, 경제와 기술 및 일자리, 건강, 치안과 화재 및 안전, 커뮤니티와 재생, 환경, 주택, 교통)에 관해 시민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이지요.
토크런던은 중요한 이슈에 대해 시민들이 협의할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설문조사와 공개토론, 댓글로 런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렇게 모인 시민 의견은 관련 부서로 전달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토크런던의 특징은 타임라인을 통해 논의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주요한 논의인 경우 각 단계별로 투표나 토론의 기간이나 참여율, 상세한 논의 내용을 제공하고, 이미 정책이 결정되거나 실행되고 있는 경우 논의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간별로 내용을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실시간으로 논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전 논의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어 정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또,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되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런던시는 토크런던을 통해 이슈를 실제 정책으로 만들고, 주요한 논의거리의 경우 시민끼리 합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시민 의견부터 실제 정책까지 이어진 사례가 많은 만큼, 런던시의 대표적 시민 참여 디지털 플랫폼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협력을 만드는 데시딤, 토크런던
바르셀로나의 ‘데시딤 바르셀로나’와 런던의 ‘토크런던’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운영방법과 구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플랫폼만의 강점을 살려 시민협력을 만들고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사례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는데요. 이 지점에서 시민이 더 많은,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시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빠띠의 시민협력 이야기
빠띠 역시 데시딤, 토크런던과 같이 서로가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시민협력플랫폼을 만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민이 주도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또 다른 시민뿐만 아니라 행정, 이해관계자 등 다양한 구성원과 지속적인 소통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빠띠는 다양한 주체가 신뢰하고 협력하는 민주주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론장,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빠띠만의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왼)은평 시민협력플랫폼 , (오)경기도 시민협력플랫폼
빠띠는 다양한 주체와 시민협력플랫폼을 만들며,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며,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바를 함께 해결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 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꼼꼼하고 세심하게 플랫폼을 살피고 방법론을 다듬어가고 있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가이드나 툴킷으로 만들어 공개합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언제든 빠띠의 방법론과 노하우로 더 많은 참여와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공간에서 시민들은 얼마나 더 협력할 수 있을까요? 시민의 협력을 돕고 증진하기 위해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요? 서울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 은평구 주민참여플랫폼 ‘참여의큰숲’, 경기도 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도 위와 같은 빠띠의 고민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플랫폼들의 중요한 공통점은, 시민인 제안하면 기관이 답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빠띠가 운영했던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협력플랫폼의 기초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이 제안하면 기관은 시민, 전문가와 함께 제안을 검토하고 이후 온-오프라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숙성된 제안에 담당 기관들이 답변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데요. 많은 지자체에서 이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은평구 주민참여플랫폼인 ‘참여의큰숲’에서도 민주주의 서울과 동일하게 구민이 제안하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이를 통해 제안과 토론이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기존에 구에서 진행하던 사업과 연계되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운영 중인 경기도마을정책플랫폼 ‘도미니' 역시 마을과 일상의 문제에 대해 주민의 아이디어를 받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시민협력플랫폼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빠띠는 시민협력플랫폼 오픈소스 ‘데모스X’에서 시민협력플랫폼의 핵심 목표로 다음 3가지를 제안합니다.
누구나 어떤 제안이든 할 수 있다.
언제든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참여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3가지 기능으로는 제안, 토론, 실행을 제안하는데요.시민협력플랫폼 오픈소스로 시민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제안하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있지요.
빠띠는 시민협력플랫폼에 참여하는 시민이 민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만큼 플랫폼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협력플랫폼의 사례와 경험을 쌓으며,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고민과 발견, 시도했던 실험을 바탕으로 빠띠만의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려 합니다.
빠띠는 우리 사회에서 지역과 공동체 각각의 특징에 맞는 더 다양한 시민협력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기를 기대합니다. 시민협력플랫폼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시민의 집단지성을 모아내는 공론장, 여러 관계자들이 협업하고 더 나은 정책이나 변화를 만들어내는 실행을 하는 워킹그룹과 정책랩, 시민주도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캠페인 활동 등이지요. 이 다양한 활동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고 연결되어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일상적인 참여와 소통이 일어나는 공간이 더 넓어질 수 있도록, 빠띠는 고민과 실험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빠띠의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글은 2편으로 이어집니다.
[협업문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parti.coop
데모스엑스 demosx@parti.coop
[참고링크] 빠띠의 시민협력 이야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공간, 시민 협력 플랫폼
[민주주의 항해일지 1.0] 4화. 시민협력플랫폼을 향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민주주의 항해일지 1.0/인터뷰] 시민협력플랫폼, 더 많은 시민의 목소리 담을 수 있어야(오관영 전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