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 사는 청소년의 목소리, 캠페이너가 되어 전합니다.
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 함양으로 향하는 길은 온통 초록색입니다. 산이 많은 지역인데다 지리산과 가깝다 보니 버스에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대부분입니다. 7월의 어느 토요일, 빠띠는 산 높고 물 맑은 함양으로 청소년문화기획단을 만나러 떠났습니다.
청소년 문화공간이 없는 지역, 함양
빠띠에 연락을 주신 분은 함양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는 은진 님입니다. 다른 지역과 비슷하게 함양도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지역인데요. 함양군의 인구고령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에는 청년들이 중심이 되는 활동들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경상남도 내 18개 시군 가운데 함양에만 청소년 문화공간이 없다고 하는데요. 2021년 함양사회혁신가네트워크가 군민을 대상으로 지역의제 선정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청소년 문화공간 조성', '면지역 작은도서관 건립', '읍내 공공자전거 도입' 등 3개 안건이 주요의제로 선정됐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함양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은 절실한 상황입니다.
은진 님은 ‘다볕골청소년문화기획단'을 꾸리고 청소년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다볕골청소년문화기획단>은 청소년 행사를 성인 주도로 기획되던 한계를 극복하고, 10대 당사자의 시각과 목소리, 문화를 반영할 수 있는 행사 및 조직과 구조로 재편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다볕골청소년문화기획단>의 방향처럼 청소년들에게 필요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청소년들이 직접 요구하고 시도하는 활동들은 너무 중요합니다. 문화기획 활동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문제에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경험도 많아져야 합니다. 빠띠는 청소년들과 캠페인을 기획하고 만드는 워크숍을 통해 스스로의 생각과 목소리를 꺼내고 더 많은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경험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함양에서 청소년으로 살기, 무엇이 필요할까?
캠페인을 기획하기 전에 먼저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를 느끼게 되고, 불만과 불평으로 그치지 않고 작게라도 변화를 그려볼 수 있는 것, 캠페인은 서로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시작합니다.
함양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한 캠페이너 인생게임 워크숍의 시작도 우리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함양에서 청소년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 우선 각자의 생각을 꺼내보았죠. 사실, 이런 질문에 바로 생각을 적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문제를 발견하는 작업이 필요한데요. 워크숍에 주어진 시간이 짧은 관계로, 작년 다볕골청소년문화기획단 오리엔테이션에서 같은 주제로 나눴던 이야기를 참고로 제시하고, 워크숍 현장에서 나온 의견들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양하게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비슷한 주제로 묶은 다음, 각자 원하는 주제를 선택 해 5개의 모둠이 구성되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지원 제도”, “청소년을 위한 공간”,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 “청소년들간의 교류와 동아리 활동”, “청소년을 바라보는 인식변화” 5가지 주제로 나눠진 모둠에서 조금 더 깊게 선택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도록 질문을 하나씩 던지고 이에 대해 모둠에서 이야기 나누는 방식이 이어졌습니다.
1. 왜 이 주제를 선택했나요?
2. 현재 상황은 어떤 모습인가요?
3. 잘 되는 곳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혹은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된 모습일까요?
4. 변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각각의 질문에 대해 모둠에서는 포스트잇에 먼저 의견을 적고, 한 명씩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합니다. 모두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함께 참여하는 분위기를 돕기 때문입니다. 진행자는 가장 이름이 빠른 사람 등 무작위로 정하고 돌아가면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하면 좋습니다. 포스트잇에 적은 내용은 전지에 모아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우리가 직접 캠페인너가 되어 보자
이렇게 문제에 대해 스스로 발견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제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고 작은 대안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기획하고 만들어 봅니다.
캠페이너 인생게임은 캠페인 활동의 전 과정을 게임을 하듯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점은 게임을 하듯 조금은 재밌고, 가볍게 연습을 해 보는 것에 있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캠페인 활동이니 잘 하는 것보다, 시도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거죠.
첫 단계는 앞서 이야기 나눈 주제를 바탕으로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사람들이 알기 쉽게 캠페인 제목을 정하고,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우리가 바라는 모습은 무엇일지, 누구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할지 등으로 캠페인 내용을 정리합니다. 어떤 사람이 참여하면 좋을지, 어떻게 참여하고, 몇 명을 모으면 다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캠페인 방법도 정합니다.
정해진 시간안에 캠페인 기획을 끝낸 팀에게는 점수가 주어집니다. 각 팀마다 기획한 캠페인을 1분 안에 발표를 하는데요. 1분에 가장 근접하게 발표를 마친 팀에게도 점수를 줍니다. 이렇게 각 미션이 있고 수행한 팀에게는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게임이 이어집니다. 점수 1점은 참가자 10명을 의미하고, 10점 즉 100명을 모으는 것이 오늘 캠페이너 인생게임의 목표입니다.
기획한 캠페인 내용을 이제는 실제로 캠페인으로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빠띠 캠페인즈 플랫폼에서 캠페인을 만들고,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를 제작합니다. 시간안에 캠페인을 완성한 팀에게는 또 점수가 주어집니다. 캠페인 참여를 모으기 위해 각각 만든 캠페인을 홍보하는 시간을 갖고 포스터에는 좋아요 스티커와 포스트잇 댓글로 의견도 남깁니다.
각 미션과 캠페인 참여자 수, 포스터 반응 수 등등 실제 캠페인 과정에서 지표로 삼는 것을 바탕으로 오늘 캠페이너 인생게임의 결과를 집계하고 함께 이 결과를 공유하고 축하하는 것으로 워크숍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처음이라 완벽하진 않지만, 4시간만에 뚝딱 만든 캠페인에는 함양이라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캠페인 참여도 해 보세요! 오늘을 시작으로 우리의 이야기는 조금씩 세상으로 전달되고 넓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하는 경험으로 시작되는 변화
5개의 주제로 5개의 캠페인을 만드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나 혼자였다면 할 마음도 안 생기고, 시도하는 것도 어려웠을텐데 서로가 서로에게 길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쉽게 느껴지고, 가능했죠. 모여서 얘기 나누고, 서로 생각을 보태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이 사회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어쩌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배움이 아닐까요.
오늘 조금이라도 그런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에 힘이 납니다. 연습을 바탕으로 더 시도해보겠다는 피드백도 참 뿌듯합니다. 함양에 꼭 청소년 문화공간이 생기기를, 그래서 그곳에서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고, 어른과 청소년이 서로 존중하며 협력하는 활동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빠띠도 계속 힘을 보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