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쓴 글을 공유해봅니다. 특히 오거나이저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어서, 여기에 옮겨볼께요.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60276&CMPT_CD=C1400_mini 

내가 속한 단체는 사회적 가치, 특히 일상의 민주주의를 일구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활동 내용을 소개하면 으레 '커뮤니티와 조직화는 다르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그러니까 '조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십여 년 전 대학에서부터 귀에 못이 박이게 들은 말이지만 나는 '조직화'가 뭔지 여태 정체를 모른다. 후배 밥 사주라는 말인가, 아니면 세미나에 끌어들이라는 말인가. 아무튼, 뭔가를 해서든지 조직이 잘 굴러가도록 사람을 모으라는 말인 것 같았다. 토론과 공부를 해서 하나의 합의점을 만들고, 그 합의점을 토대로 조직을 만드는 건 아니고 대부분 이미 있는 조직을 유지할 때 그런 말이 나온다. '조직화'에서는 조직이 사람보다 먼저 있다. 

우리 단체에서는 '조직화'라는 말은 쓰지 않지만, '오거나이징'해야 한다는 말은 아주 많이 쓴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오거나이저의 역할이다. 오거나이징을 우리나라 말로 '조직화'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오거나이징과 우리나라에서 상용되는 '조직화'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조직화 운동이 중앙집권적이라면, 오거나이징은 탈중앙적이다. 조직화는 조직에 초점을 맞추지만 오거나이징은 개개인들에게 집중한다. <헤더 부스: 세상을 바꾸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헤더 부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조직 운동을 연결하세요. 환경 운동가로서가 아니라 (엄마로서) 이해관계로서 참여하게 하세요.'

헤더 부스는 광장의 혁명을 일상처럼 살고 있는 사람으로, 60년대 흑인 인권 운동부터 여성 낙태권 운동, 환경 운동, 정치세력화 운동 등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단체를 만들고 오거나이징 해왔던 '프로' 오거나이저다.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여성 오거나이저를 위한 아카데미도 설립했으며 무엇보다도 오랜 세월동안 사회적 정의를 위한 오거나이징에 투신해왔다.

헤더 부스에게 '오거나이징'이란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그녀는 오거나이징을 멋지게 포장하지 않는다. 한 페이지짜리의 '전략 차트'를 채우게 하고, 조직이 달성해야 하는 골을 상정하며, 그 골에 따라 해야 할 일을 분업하고 나누는 것, 함께 하는 사람들을 혼자 두지 않는 것, 오해가 생겼을 때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것- 이처럼 헤더 부스가 말하는 '오거나이징'은 매우 구체적인 과업을 묶은 용어다. 그녀는 오거나이징을 단순히 상찬하기보다 오거나이저의 역할과 책무를 사실적으로 꿰뚫어 본다. '오거나이저의 일 가운데 9할 이상은 후속 조치입니다.' '서로 오해하는 것도 일의 한 부분이죠. 오거나이저는 다시 사람들이 협력하게 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