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권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나는 앞서 나열한 권리들 모두 혹독한 싸움을 거쳐 쟁취한 값진 성과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청원이든 시위든, 제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가 ‘피해자-되기’를 선언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또 다른 낙인을 감당해야 하고,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국일고시원 화재는 ‘피해자’ 선언조차 어느 정도의 교육자본이나 사회자본을 요구하는 게 아닌지 되묻고 있다. 권리 넘치는 사회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이 화재의 당사자들은 너무나 조용하다. 사망자는 대부분 고령의 일용직 노동자였다. 일부는 죽어서야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과 재회했고, 일부는 찾는 가족이 없어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다. 살아서 제 권리를 외쳐본 적 없는 주검들을 대신해 사회가 고시원의 민낯을 해부하고, 주거권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죽어서야 사회의 품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