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세상을 프로그래밍하는 개발자

한국일보 남보라 기자
게시일:2018.12.04


◇ 더 많은 민주주의를 꿈꾸는 ‘오아시스’

권 대표는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소셜 벤처 ‘빠띠’의 대표이기도 하다. 정당을 뜻하는 프랑스어 ‘Parti’에서 따온 이름으로, 정치(Parti)에 파티(Party)처럼 즐겁게 참여(Participation)한다는 의미. 일상적인 것에 목소리를 내고 실시간 토론을 벌이며, 캠페인도 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빠띠의 일회용품 모니터링 모임인 ‘어쓰’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플라스틱 컵 사용 자제 메일을 보내 긍정적인 답변을 받는 등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 지난해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이 뜨거운데, 어떻게 보세요.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을 때 기대했던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통령이었고, 국민청원이 그 역할을 했다고 봐요. 이제 대통령과의 얘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시민들은 법관, 국회의원, 기업과 직접 얘기하고 싶어하거든요. 소통의 폭이 넓어져야 하고, 소통을 넘어 시민들이 참여해 같이 결정하고, 실행까지 하는 제도적인 보완과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건 시민들이 만들어갈 수도 있고, 국가에서 해줬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어요.”

- 빠띠도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건가요.

“네. 빠띠에서는 민주주의가 정보공개 단계에서 시작해 소통ㆍ국민 참여를 거쳐, 권한 분산ㆍ협력ㆍ위임ㆍ자치로까지 나아가야 완성된다고 봐요. 지금은 대통령과 얘기하는 것에만 빠져있는데,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요.

“세상이 더 평화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한 장치가 3가지 있어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시대에 맞는 기술력을 갖추는데 제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우리는 충분히 풍요로운 사회에 살고 있지만 모두가 누리고 있지는 않아요. 빠띠가 공통 자원을 모두를 위해서 쓸 수 있게 정치력을 발휘하는 기반이 되기를 바라요. 마지막으론, 기술 혁신을 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가 생기면 만든 이가 독점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누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걸 하면 세상이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요.”

그는 20대 초반부터 ‘시스’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오아시스의 약자라고 한다. 세상에 작은 오아시스 하나를 만들고, 그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이 각자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해 나갈 수 있게 하고 싶어서였다. 시스라는 이름으로 20년 가까이 살아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행히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031642035391?did=PA&dtype=3&dtypecode=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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