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 달력을 빙자하여, 저는 2017년 목표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ㅎㅎ 
2017년 세웠던 목표는 '꾸준히 글을 쓰기', 그리고 '개발과 글쓰기 역량을 강화하기', '건강 챙기기' 였는데요. 
 
이 목표가 얼마나 불가능한 목표였는지, 아니 불가능을 넘어서 목표끼리 싸우기까지 하는 이 사태를 어찌 마무리하고, 2018년에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좀 돌아보았습니다...
 
일단 첫 번째 목표, '꾸준히 글쓰기'에 관하여 먼저 올해 썼던 글들을 다 세어봤어요. 오마이뉴스, Deepr, 주간경향, 스토리펀딩을 포함하여 총 45건의 글을 썼습니다. 회사 블로그 글은.. 영혼을 놓고 썼으니 빼고요. 한 달 평균 3.7건의 글이 나왔고 정량적으로는 달성...했지만, 정성적으로는... 퀄리티를 조금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많이 깨달은 해였습니다. 
 
글쓰기는 이상해요.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내 역량을 100% 발휘한 글을 써야 할 것 같고, 어제보다 더 나은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기대심리가 있죠. 그런데 그림도 어제보다 못한 그림이 그려질 때가 있고, 일도 매번 잘할 수 없다는 걸 모두 다 알잖아요. 근데 유독 글은 항상 '엄청 완성된 상태', '엄청 숙고한 결론이 나와야 함' 이런 조건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프로야구 선수도 '타율'이라는게 있잖아요. 매일매일 어제보다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게 아닌데, 이상하게 글에 대해서는 안팎으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올해의 가장 큰 성과는 이 부담감을 이해하고 '양'이 많아지면 '퀄리티'를 낮추자는 스스로의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ㅎㅎ 지난 달에 90점짜리 글을 썼다면 이번 달은 70점짜리 글을 쓸 수도 있고 그런거죠. 그래도 평균 80점 정도를 유지한다면, 그럭저럭 잘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물론 이건 저 혼자 사고해서 얻어낸 말이 아니라, 제가 글쓰면서 애정하는 다른 글 선배가 해주신 말입니다. 그 말이 처음엔 잘 안 들어왔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으로 와닿더라구요.
 
그리고 올해 두 번째 목표였던, '개발과 글쓰기 역량을 강화하기'.

글쓰기 역량은 확실히 강화된 것 같아요.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건 너무 주관적인 거라 잘 모르겠지만, 글 쓰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어요. (이거 역량인가?) 아기를 재울 때, 혼자 밥 먹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등등 중간중간의 틈새 시간들을 활용해 글의 개요를 짜고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익었고, 그 덕택에 일도 하고 육아도 하면서 글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발 역량.. ㅎㅎ... 그저 웃지요. 솔직히 개발 공부도 안했어요. 공부도 안했는데 뭔 실력 향상이 있겠습니까? 올해는 글쓰기의 해였지요.. 내년엔 개발 서적을 한 쪽이라도 제대로 읽어보자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초절정 실패한 '건강 챙기기'. 작년 이맘때 제 체력은 적신호였어요.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요. 심각한 기침을 달고 살아서 퇴사하기까지 했는데, 이런.. 퇴사하고나서 씻은듯이 나았습니다. 막상 눈앞의 보스몹이 사라져버려서 뭔가 의욕이 팍 꺾인데다가, 제 주 업무는 개발+글쓰기잖아요? 둘 다 앉아서 하는 일이라니, 난 망했어.. 글쓰기를 등산처럼 걸어다니면서 할 수 있었다면 최소 한 달 평균 3.7시간은 걸었을 텐데, 글 + 개발 + 건강이란 상호 전투적이고 침해적인 활동들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2018년 목표는 어떻게 세울 것이냐면, 건강은 좀 빼보려고 합니다. 영양제와 홍삼을 잘 챙겨먹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안돼) 게다가 저 발목도 아작나서 헬스장도 못 다녀요. 집 근처에 요가원 (있지만) 없어요. 필라테스 비싸요. 결국 운동에 대한 삶의 의욕이 없었고, 나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건강이 중요한 건 알겠지만, 아직까지 건강을 챙길 의욕이 너무나 없군..이라는 자아성찰을 했습니다. 마칩니다.. (이 글을 엄청 대충 쓴 것 같죠? 아닙니다. 똥 쌀 때, 밥 먹을 때, 아기 재울 때 틈틈이 메모하며 나름 공들인 글이랍니다. 하하하. 중요한 건 평균이라규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