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눈으로 밖에 볼 수 없는 2,000장의 회계보고서가 있었다

각 정당의 제21대 총선 선거비용 회계보고서를 활용
불가능한 이미지 파일에서 활용가능한 엑셀로 변환하기

- 참여연대 민선영 간사


이상한 법, 정치자금법

정치자금법 제1조는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자금에 대한 시민들의 상시적인 견제와 감시를 어렵게 하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바로, 정치자금1 중에서도 선거비용만을, 단 3개월간, 열람만 가능하게 하는 정치자금법 제42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정치자금법 제42조 때문에 2,000장이 넘는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사람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엑셀로 옮겨 적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제42조(회계보고서 등의 열람 및 사본교부)

②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제40조제3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고된 재산상황, 정치자금의 수입ㆍ지출내역 및 첨부서류를 그 사무소에 비치하고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고일부터 3월간(이하 "열람기간"이라 한다)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다만, 선거비용에 한하여 열람대상 서류 중 제40조(회계보고)제4항제1호의 수입과 지출명세서를 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할 수 있되, 열람기간이 아닌 때에는 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개정 2010. 1. 25.>

③누구든지 회계보고서, 정치자금의 수입ㆍ지출내역과 제40조제4항의 규정에 의한 첨부서류(제2호 및 제3호의 서류를 제외한다)에 대한 사본교부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본교부에 필요한 비용은 그 사본교부를 신청한 자가 부담한다.

⑤누구든지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개된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의 정치자금 중 일부인 선거비용만, 단 3개월, 열람만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바로 현행 정치자금법 제42조 때문입니다.

이 조항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통계시스템에서 공직선거가 있는 해, 선거에 참여한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비용 수입 및 지출내역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단! 정치자금 수입 및 지출 내역 전부가 아닌 선거비용 과목 지출 내역만을, 오직 3개월 동안, 다운로드 및 인쇄가 불가능하고 열람만 가능한 형태로 말이지요. 이에 따라 21대 총선에 참여한 정당의 선거비용내역은 6월 1일부터 9월 1일까지만 열람이 가능했습니다.

[그림 1] 다운로드와 인쇄, 변환 불가능한 형태로 열람 가능한 선거비용 공개 형태


중앙선관위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모든 정치자금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중앙선관위는 ‘선거비용 과목만 3개월 동안 열람만 가능케 하는 정치자금법 제42조 때문’에 불가하다고 답합니다.

그렇다면 국회는 정치자금법 제42조를 바꿀 의지가 있을까요? 시민들이 제 정당과 국회의원 본인의 회계보고서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혹은 보지 않았으면 해서 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이 발의되었으나 결국 개정되지 못했고, 현 21대 국회에서는 총선 후 선거비용 열람 기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치자금내역 전체를 상시 공개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한 건도 발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누구나 활용가능한 데이터 만들기, <열려라데이터 1기>


참여연대는 주요 정당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선거비용을 정당하게 집행했는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단 3개월간 열람만 할 수 있는 선거비용 과목 일부2만으로는 정치자금이 투명하게 운용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야심 차게 중앙선관위에 주요 8개 정당의 선거비용 회계보고서3를 정보공개청구 했고, 2,000장의 PDF 파일을 받았습니다. 설마, 21세기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엑셀로 변환조차 불가능한 파일이 도착할 줄 과연 누가 알았을까요?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 스캔 파일을 마주한 뒤, 참여연대 5층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정당은 선거비용을 어디에 썼나?’를 정확히 살펴보기 위해서는 분석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 PDF를 엑셀로 변환하는 일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두 사람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럴 때 참여연대가 가장 믿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 여러분입니다.

시민 누구나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공유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열려라데이터 1기>라는 이름으로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를 손으로 일일이 옮길 시민을 모집했습니다. 우대조건도 있었어요. ‘손가락에도 눈이 달렸다는 얘기 좀 들어보신 분, 오타를 용납하지 못하는 분, 매의 눈이 부럽지 않다’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주변에 널리 알리지도 않았는데, 5일 만에 10명의 시민께서 <열려라 데이터 1기>에 참가 신청을 하셨습니다. 정치자금이 궁금해서,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서, 그냥 참여연대라서(^^) 등 이유도 다양했습니다.

<열려라데이터 1기>의 활동 목표는 주요 8개 정당의 수입부 및 지출부 세부 내역 중 연월일, 내역, 성명이나 법인・단체명, 금액을 엑셀 시트에 손으로 입력해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모집에 앞서, 정치자금법 개정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열려라데이터 1기>를 통해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를 손으로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이유를 담은 칼럼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알 수 없는 정치자금 씀씀이? 이런 일 막으려면 - 의정감시센터)

[그림 2] <열려라데이터 1기> 참가자와 함께한 온라인 오리엔테이션

참가자 모집이 완료된 후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줌(ZOOM)을 이용한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가 왜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를 손으로 엑셀에 입력할 수밖에 없는지, 정치자금법의 문제와 대안은 무엇인지, 우리가 살펴볼 회계보고서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입력 작업과 검수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입력 후 완성된 자료가 어떻게 활용될지 등을 약 30분간 안내했습니다.

단 한 번의 설명으로 회계보고서 구성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참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입력 작업 영상을 녹화해 배포하고, 활동 기간에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개설하여 실시간으로 안내 및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그림 3] 작업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사용한 프레젠테이션 중 일부

사실 <열려라데이터 1기>를 기획하면서 ‘2,000장이 넘는 회계보고서를 입력하는 일에 어떤 시민이 함께하고 싶어 할까?’, ‘정당이 쓴 정치자금을 궁금해하는 시민이 있을까?’ 하는 불안도 느꼈습니다. 하지만 <열려라데이터 1기> 참가자가 ‘평소 정치자금에 관심이 있어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작업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그냥 참여연대라서(^^)’ 등의 참가 계기를 알려주셨을 때, 시민 참여 캠페인의 자리가 생기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시민들이 자연스레 모이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참가자의 열의와 책임감은 담당 간사를 매일 놀라게 했습니다. 새벽 5시 33분, 참가자 중 한 분이 보낸 메시지는 “00당 지출부 입력 완료했습니다. 왠지 불안해서 스스로 검수도 한 번 해봤는데, 일단 제가 살펴봤을 때는 오류가 없네요.” 라며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을 해냄을 보여주셨고, 일요일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또 다른 참가자는 “주말 내내 입력했는데도 양이 많아 아직 입력을 다 못했네요... (ㅠㅠ)” 라며, 재촉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활동 기간 안에 입력과 검수 작업을 끝마치겠다는 책임감을 보여주셨습니다.

정치자금내역이 드디어 시민의 손에

[그림 4] <열려라데이터1기>가 입력한 데이터를 <열려라국회>에 공개중입니다

<열려라데이터 1기> 참가자가 입력한 자료는 여러 차례의 검수를 거쳐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운영하는 의정 감시 사이트 <열려라국회>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민들과 함께한 작업 결과를 온라인으로 공개해 시민 누구나 선거비용 내역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토대로 아래와 같이 선거비용 분석 이슈리포트를 작성해 시민 참여로 이뤄진 결과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알렸습니다.

회계보고서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림 5] 정당의 수입 지출 총괄표 (회계보고서)

각 정당이 정치자금을 어떻게 썼는지 살펴보려면, 회계보고서 보는 법을 알아야겠지요? 숫자가 많아 당황스러운 마음을 잠시 접고 천천히 살펴보면, 기업의 재무제표보다 ‘정당의 수입·지출 총괄표’가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각 정당이 선관위에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보고할 때는 위 사진과 같은 ‘정당의 수입·지출 총괄표’로 한 장에 정리하여 각 계정과 과목별로 수입총액과 지출총액을 정리합니다. 그렇다면 ‘계정’과 ‘과목’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계정’부터 살펴봅시다. 8개 주요 정당이 제출한 회계보고서의 수입부는,

  • 세금으로 지원한 ‘국고보조금(경상보조금, 선거보조금, 여성추천보조금, 장애인추천보조금으로 구성)’

  • 세금으로 지원받지 않는 ‘보조금외’

계정으로 구분됩니다.

🔔 예를 들면, 수입부의 국고보조금 계정은 정당이 국고보조금(세금)을 수령한 내역을 기입하고, 지출부의 국고보조금 계정은 정당이 수령한 국고보조금(세금) 중에서 지출한 내역을 기입합니다.

계정은 정치자금이 쓰인 목적별로 구분하는 ‘과목’으로 나눠집니다.

  • 수입부는 전년도이월, 당비,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보조금, 차입금, 기관지발행사업수입, 보조금지원금(상급, 하급), 보조금외지원금(상급, 하급), 그 밖의 수입 과목으로 구분

  • 지출부는 선거비용, 인건비, 사무소 설치 운영비, 정책개발비, 조직활동비, 여성정치발전비, 그 밖의 경비, 보조금지원금(상급, 하급), 보조금외지원금(상급, 하급) 과목으로 구분

🔔 예를 들어 ‘선거보조금 계정의 선거비용 과목’은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선거보조금을 선거비용에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당별로 형식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정당의 수입·지출 총괄표’에 정리된 과목별 총액의 세부 내역은 수입부와 지출부에 적혀 있습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연월일, 내역, 성명이나 법인・단체명, 생년월일이나 사업자 번호, 주소, 직업, 전화번호, 금액, 누계, 영수증 일련번호를 적게 되어 있습니다. 회계보고서를 직접 들여다보면 각 정당이 언제, 누구로부터 돈을 받고, 어디에 돈을 썼는지 알 수 있어 해당 시기 정당이 집중하고 있는 활동 등을 읽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림 6] 수입부에 표시 된 계정과 과목 형식

중앙선관위도 제대로 된 자료를 공개하지 못한다

시민의 열의는 담당 간사들을 힘 나게 만들었지만, 공공기관조차 ‘제대로 된’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간사들을 무척 힘들게 했습니다. 공공데이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시민 누구나, 언제라도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되고 제공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여연대가 야심 차게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 청구한 주요 8개 정당의 선거비용 회계보고서… 21세기 최고의 IT 강국에서 엑셀로 변환조차 불가능한 2,000장의 PDF 파일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중앙선관위의 정보공개청구 담당자에게 슬쩍 물어봤습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정당으로부터 회계보고서를 받을 때 엑셀 파일로 받으시나요? 아니면 중앙선관위가 선거 때 배포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입력된 정치자금 수입 및 지출내역을 따로 추출하시는 건가요?”

중앙선관위 정보공개 담당자의 답은,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 것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정당이나 후보자는 회계보고서를 서류(종이)로 제출하며, 제출된 서류를 선관위가 스캔해서 파일로 만들어 정보공개청구 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선관위도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를 보고받는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선관위는 수백억에 달하는 정당의 정치자금을 어떻게 통계를 내어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제대로 된 관리·감독과 감시는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요? 정치자금에 대한 관리와 감독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선관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시민의 감시가 필요한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났습니다.

[그림 7] 무슨 목적으로 정치자금을 지출했는지 육안으로 식별 불가능한 미래통합당 중앙당의 회계보고 지출내역

선관위에서 보내주는 정치자금 회계보고서는 문자 인식 등이 불가능한 이미지 형태로 스캔 된 PDF 파일입니다. 미래통합당의 회계보고서 중 일부 내역은 글씨 크기가 너무 작아 지출 목적을 알 수조차 없었습니다.

<열려라데이터 1기>의 입력 및 검수 작업이 끝난 뒤 담당 간사가 데이터를 재검수하는 과정에서 중앙선관위로부터 수령한 회계보고서에 누락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여연대 : 중앙선관위님, 저희가 청구한 내용 중 ㄱ정당의 보조금외 계정의 후원금 과목이 없네요?

중앙선관위 : 죄송해요, 다시 보내드릴게요.

참여연대 : 중앙선관위님, 이번엔 ㄴ정당의 보조금 계정의 기탁금 과목이 없네요?

중앙선관위 : 죄… 죄송해요, 다시 보내드릴게요.

참여연대 : 중앙선관위님, 이번에도 ㄷ정당의 당비 수입 내역 중 한 장이 모자라네요?

중앙선관위 : 정말 죄송해요, 다시 보내드릴게요. (ㅠㅠ)

중앙선관위와 위와 같은 대화를 몇 번 더 반복한 후에야 누락분 없는 완전한 자료를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시민에게 정치자금을 공개하는 법

선거비용 과목만을, 단 3개월간 공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모든 정치자금을 상시 공개하고 있습니다. 각 분기 종료 후 15일 혹은 31일 이내에 정치자금의 수입 및 지출 회계 보고를 하게 되어 있거든요. 특히 선거자금은 신속 보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 격인 연방선거위원회(FEC: Federal Election Commission)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보고받은 정치자금 신고내역을 수령 후 48시간 이내(전자파일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신속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연방선거위원회 홈페이지는 모든 정치자금을 공개하고 다운로드와 인쇄가 가능하도록 해 정치자금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을 매우 용이하게 합니다.

[그림 8] 미국 연방선거위원회 홈페이지 캠페인 재무 데이터 지출 내역 페이지

[그림 9] 미국 연방선거위원회 홈페이지 내 선거비용 데이터 다운로드 페이지

[그림 10] 한국과 미국의 정치자금 공개제도 비교
(출처: 알 수 없는 정치자금 씀씀이? 이런 일 막으려면 - 의정감시센터)

시민이 정치자금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면

"정책개발비는 한 두 줄에 끝나고 조직활동비나 식비가 엄청나게 많아서, 정당의 역할에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정말로 장난질을 친다고 가정한다면 찾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입 지출이 정말로 그리 쓰였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자료의 양이 많아 조금 힘들긴 했지만 보람찬 작업이었습니다."

"정치자금이 이렇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려라데이터 1기> 참가자들의 후기 중 일부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과 함께 데이터 입력 작업을 시작하면서 정치자금이 시민의 감시 대상이 되었을 때 ‘정당이 정치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래서 정당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 정당은 정책 개발은 하지 않고, 밥만 먹던데?’, ‘정책 간담회라더니 패스트푸드점에서 한다는데?’ 등 정치자금내역을 자세히 보고 나면, 그 정당이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가 눈앞에 그려지기도 합니다. 즉 정당이 무엇을 중점에 두고 활동했는지,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지요.

정치자금은 정치의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시민의 정치 불신을 자초하는 사건의 중심에 있기도 했습니다. 정치자금 또한 시민이 상시로 감시할 수 있는 대상이며 감시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인지하는 것, 이것이 정치자금에 대한 시민 감시의 기본이자 시작이 아닐까요? 시민 누구나 정치자금을 원하는 때에 살펴보고,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참여연대가 정치자금법 개정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2001년만 해도 선관위는 '98년 전반기, 각 당의 국고보조금 지출내역 및 증빙자료'를 공개하라는 참여연대의 요구에 당시 정치자금법 24조의2(재산 및 수입·지출내역 등의 열람 및 이의신청) ①의 규정에 의거 "열람은 가능하나 사본 제공은 안 된다"는 이유로 복사를 거부해 왔습니다. 또한 정치자금 수입지출내역은 "공고일로부터 3월간 열람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공고한지 3월이 지나면 회계보고서 열람까지 거부해 왔습니다. 그래서 당시 참여연대, 한국 CLC, 환경운동연합, 경실련, 참교육 학부모회 등 단체 회원 25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서울지역 38개 지구당을 방문해 회계보고서를 일일이 손으로 필사했습니다. 필사에 걸린 시간은 71일, 총 329시간이었지요. 평균 2명이 2일 동안 8.7시간에 걸쳐 1개 지구당의 회계보고서를 베낀 셈이었습니다. (정치자금 회계장부는 '복사금지', 3개월간 손으로 베껴 쓴 보고서 - 의정감시센터)

지금이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회계보고서 사본은 제공하지만, 여전히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제공하지 않아 정보공개의 활용성과 접근성을 떨어뜨려 시민의 감시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려면 활용 불가능한 파일을 활용 가능한 파일로 정제하기 위해 시민의 손으로 일일이 입력해야만 합니다. 열려라데이터 1기 활동에 참여한 10명의 시민이 2,000장의 PDF 문서를 엑셀 파일로 전환하기 위해 14일간 밤낮으로 작업을 했고, 이후에 진행된 최소 5회 이상의 검수와 누락 데이터 확인과 요청, 재입력 등의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었지요. 19년이 지났음에도 시민들이 정치자금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디지털 세상의 발전 속도에 비해 후퇴하는 것만 같습니다.

참여연대는 선거비용뿐 아니라 정치자금을 시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만 ‘차떼기’ 등 정치자금으로 불거졌던 우리 정치의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심지어 ‘차떼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말이지요). 20여 년 전부터 ‘정치자금을 시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라’ 주장했던 참여연대의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들과 함께 말이지요.

데이터명과 원본 데이터 링크

데이터형식

엑셀(스프레드 시트)


1. 정치자금에는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과 정당의 당헌 당규에서 정한 부대수입 그밖에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이 있습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 중앙선관위는 모든 계정 중 선거에 소요된 조직활동비 과목의 정치자금 지출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선거비용 과목만을 단 3개월 간 열람 공개하고 있습니다.

3.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한 회계보고서는 선거가 있는 해에 선거에 참여한 정당이 보고해야 하는 회계보고서로, 중앙선관위가 공개하는 선거비용 과목과 조직활동비 과목 등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담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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