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알지 못했던 도시공원의 위기

-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 활동가)

들어는 보았나? 도시공원일몰제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공원이 도시계획을 통해 지정되고 20년이 지나도록 사업진행이 없을 경우 공원에서 자동으로 해제하는 제도입니다. ‘토지’라는 사유재산의 특성상 강한 공공성과 사회성으로 말미암아 개인소유의 사유지일지라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면 사유재산권의 행사가 제한됩니다.


- 서초구 서리풀공원 내 산책로 / ⓒ서울환경운동연합

도시계획시설 중 대표적인 그린인프라라 할 수 있는 도시공원에도 많은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시설 지정으로 종래의 용도대로 사용이 불가능한 토지를 장기간 사업진행이나 보상 없이 방치하는 것은 과도한 사유재산권의 침해’라 볼 수 있다며 공익과 사익을 모두 수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특성상 도시공원은 면적 대부분이 산지(임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시계획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토지가 가진 종래의 용도대로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전체 도시공원 면적 중 사유재산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대지의 경우 전체의 3%에 불과했지만 헌법재판소에 대책을 주문받은 입법부는 헌재판결을 과잉 해석했습니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가 사업 진행 없이 20년간 방치될 경우 대지외에도 재산권 침해소지가 없는 임야나 전답, 심지어는 국·공유지까지 일괄적으로 해제되게 만든 것입니다.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주문한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과잉입법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일몰 기간을 20년으로 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판시했습니다. 일몰제에 명시된 20년이라는 기간이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공원이 지속될 것을 믿고 있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린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더욱이 도시공원일몰제가 도시계획 자체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공원에 대한 책임은 입법자에게 있다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도 했습니다.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되고 지자체들은 예산과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중앙정부에게 보상책임을 함께 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한 중앙정부가 일몰제가 지정되기 직전 지자체에 사무를 이양했다는 이유로 보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지자체에서 공원보상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식의 소극적인 대책만을 내놓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헌법재판소의 우려처럼 2020년 7월1일이면 전국에서 4,421개에 달하는 도시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토지주의 재산권행사가 가능해진다고 해서 개발사업이 진행되며 공원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터였지만, 산책로가 폐쇄되거나 통행료가 생기는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민의 공유재로서의 공원은 사라지게 될 것이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런 도시공원을 지켜내고자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도시에서 공원이 사라진다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여러 문제들이 더욱 심화될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 서초구 서리풀공원에서 사유지라는 이유로 산책로가 폐쇄되어있다 /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을 찾아라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복잡하고 어려운 도시공원일몰제의 이야기를 보다 쉽고 간편하게 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116개의 도시공원이 사라지기까지 3년의 시간밖에는 남지 않았지만 도시공원일몰제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었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도시공원의 위기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오늘날에는 공원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공세권’, ‘숲세권’과 같은 신조어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공원에 대한 열망이 대중화된 현대사회에서 그동안 잘 이용했던 우리동네 공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많은 이들이 분노할 것은 당연했습니다. 거창한 일에 함께 한다는 부담감 없이 각자의 일상에서 작게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민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와 맞물릴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하다 생각한 것은 시민들에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의 정보 제공이었습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한 정보는 당시만 해도 투기적 수요를 우려하여 기밀처럼 취급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도시공원일몰제와 미집행 공원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고, 정보를 얻지 못하니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들이 공원의 위기를 모르는 이 상황을 반전시켜야 했습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부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보상에 열을 올려온 서울시의 협조를 통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들의 간단한 리스트를 받았고, 해당 공원들을 찾아다니며 실사한 정보와 ‘서울의 산과 공원’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 정리한 정보를 모아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 웹사이트를 제작, 본격적인 홍보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200701 실효대상 종로구 공원현황,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에서 캡쳐 /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는 도시공원과 일몰제에 대한 정보를 방문자에게 제공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별로 어떤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종국에는 이러한 도시공원의 위기에 공감한다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캠페인이었습니다. SNS광고나 지인들의 입소문 등을 통해 사이트에 접속한 시민들이 도시공원일몰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활권에서 사라질 위기의 공원이 있는지를 찾아보며, 도시공원의 위기에 공감한다면 서명을 통해 도시공원 보상 예산의 50% 국비지원,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 없는 국공유지의 일몰 제외 등을 입법할 것을 함께 요구하게 만드는 캠페인이었죠.


"2020년 서울에서 71개의 공원이 사라진다" 리플렛


이 웹사이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리플렛을 만들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도시공원에 찾아가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도시공원의 위기를 알리는 활동들도 진행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의 캠페인 활동


이 활동을 통해 2000여명의 시민들이 도시공원일몰제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생활권에서 생각보다 많은 공원이 사라질 위기라는 것을 알게 된 시민들이 서명외에도 도시공원일몰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묻기 위해 연락을 취해오기도 했고, 그중엔 각 구청의 공원과나 녹지과에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조직하거나 활동한 것이 아님에도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받은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섰던 것입니다.

마치며

서울환경연합의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 캠페인은 2002년부터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보상하는데 꾸준한 노력을 투여해온 서울시의 협력과 도시에는 공원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땅 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시의 경우 91.798㎢의 미집행 공원 부지 중 40.55㎢의 사유지를 보상하는데 만도 16조 2,141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었고, 이는 전국의 사유지를 보상하는데 필요한 예산의 70%에 달하는 금액으로 지자체가 단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서울시도 도시공원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정부의 책임을 촉구해 줄 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사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의 경우엔 ‘서울의 산과 공원’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원의 전체 면적이나, 주요 생물종과 같은 정보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들이 숨겨져있을뿐 공개는 되어있는 것입니다.

물론 게시되어 있지 않은 정보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의 경우에도 서울시로부터 실효대상 공원 리스트를 제공받지 못했다면 어느 공원이 실효 위기에 처한 공원인지를 특정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설령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관공서와 협조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관련된 정보를 제공할 것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시민들의 자치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생활권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모이고, 공원과 같은 그린인프라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모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 생활권에 자치가 실현될 수 있을 때, 더욱 많은 공익데이터들이 생산되고 또 쓰여질 수 있기때문입니다.

서울환경연합의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캠페인이 도시공원일몰제를 대중적으로 알려내지는 못했습니다. 도시공원일몰제라는 제도가 가진 대중성의 결여라는 한계일 수도 있고, 서울환경연합이라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확장성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과 같은 행정적 대안들을 새롭게 마련하고 114개의 도시공원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은 앞으로도 행정의 언어를 시민의 언어로 번역하고 주민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생활권의 문제에 관여할 수 있도록 활동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서울환경연합 활동에 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제목

  •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을 지켜라

데이터 명

  • 장기미집행 시공원현황(17.12.31)

  • 장기미집행 도시공원현황(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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