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올리브 마을이 생겼다고?
- 문화도시부천 시민위원회의 시민분과 활동을 돌아보며
문화도시 부천 시민총회, B-정상회담
지난 11월 12일, 부천 시민이 직접 제안한 의제를 시민투표로 선정하고 다음 해 주요 사업과 정책방향에 반영하는 ’시민총회: B-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2019년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어 올해 3년차로 접어든 부천은 “말할 수 있는 도시, 귀 담아 듣는 도시, 문화도시 부천”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화정책을 제안하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민총회 2주전부터 시민들이 제안한 의제에 대해 사전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었고, 총회 당일에는 현장에서 직접 의제를 홍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후 현장투표 및 전문가 의견을 합산하여 시민총회를 통해 7가지 우수제안이 선정되었습니다.
(시민총회,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다면? 시민총회 스케치 보기)
올리브 마을을 아시나요?
문화도시 부천에는 시민위원 올리브(ALIB : All is Bucheon-arts)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시민위원 올리브가 되어 시민으로서의 문화적 권리에 대해 말하고 더 나은 도시를 위한 문화정책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시민위원 올리브는 다양한 시민분과 활동을 통해 우리 지역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적 해법을 시도합니다. 시민총회의 다양한 의제는 올리브 시민분과 활동으로 제안되었고, 빠띠는 협력적이고 민주적인 시민분과 활동을 통해 다양한 시민의제가 제안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함께 했습니다.
올리브 마을(https://alib.parti.xyz/front/coc)은 문화도시 부천 시민위원회의 다양한 시민분과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협업방식을 통해 자신이 속한 분과의 활동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여 분과를 넘나들며 교류하고 더 나은 의제와 정책 제안을 고민하고 발전시켜 보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올리브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6개 분과 이름이 붙여진 채널입니다. 아무멍냥이, 쓰줄, 펄럼버스 등 개성 넘치는 이름의 분과별 채널로 들어가면 분과소개서, 안건 제안서, 활동일지 등등의 게시물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각 분과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안건들이 제안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앞서 진행된 활동을 보며 내 활동에 참고 삼아 볼 수도 있고요. 공개되어 있는 이 커뮤니티에서는 문제에 관심있는 누구나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고 좀 더 관심이 있다면 댓글로 의견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협력적인 시민분과 활동을 위한 기획 워크숍
올리브 마을을 꾸리고, 이 안에서 안전하고 자율적인 협력이 일어날 수 있도록 빠띠는 5회차의 기획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기획워크숍의 목표가 무엇일지 이 사업을 함께 진행한 부천문화재단과 여러차례 고민을 나누면서 준비를 했는데요. 빠띠는 시민들이 좋은 의제를 제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의제에 대해 고민하고 분과에서 협력하는 과정을 의미있게 경험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부천문화재단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었는데요. 시민분과의 구성원들이 기존의 활동 방법과 스타일 이외에도 더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와 해결 방안을 발견하고,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찾아가는 공익적 모임으로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기획워크숍은 5회차 과정을 통해 각 분과 별로 의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시민분과를 모집할 때부터 생각한 의제들은 미리 있었기에 의제를 완성하는 것에 5주차의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분과의 활동을 좀 더 민주적이고 협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들을 한 주 한 주 경험하고 적용하면서 각 분과의 구성원들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만드는 의제로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특히 분과장을 중심으로 기획워크숍을 진행했는데, 1주차에는 분과장의 역할이 일반적인 팀의 리더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분과가 될 수 있도록 협력적 운영자의 역할을 해야 함을 나누고 분과운영의 몇 가지 방법들을 사전에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주차에는 전체 분과 구성원들이 다 모여서 팀 빌딩 시간을 가졌습니다. 1주차에 연습과정을 경험한 분과장의 진행 하에 각 분과 활동의 공동목표를 정하고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켜야 되는 약속인 행동강령을 정했습니다.
3~5주차는 다시 분과장들만 대상으로 진행하여 분과장 모임에서 협력 방법들을 경험하고 그 주에 각 분과모임에서 방법들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분과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3주차는 협력적으로 회의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4주차는 공동작업과 좋은 피드백에 대해서, 마지막 5주차 워크숍에서는 각 분과의 제안 안건을 공유하여 분과를 넘어서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좋은 협력의 경험들이 그리 많지 않기에 워크숍 처음에는 빠띠의 방식들을 낯설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느슨하면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갖는 것은 익숙하지 않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면서 나의 생각을 확장하는 것은 많은 경험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연습도 해야하고요. 빠띠의 방법들이 정답은 아니지만, 빠띠의 실험과 시도를 나누며 어느 정도는 시민분과의 활동을 즐거운 협력과정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획워크숍 진행내용이 궁금하다면? https://alib.parti.xyz/front/channels/2971)
작은 성공에 기뻐하며 조금씩 나아가기
이렇게 워크숍까지 하며 안건을 제안했는데, 시민총회에서 우수 제안으로 선정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 분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리브 마을에 남겨진 각 분과의 발자국을 보면 훨씬 중요한 것을 이미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문제, 우리 모임의 문제를 넘어, 우리 지역, 이웃과 함께 잘 살기 위한 고민들을 우리가 나눌 수 있었다는 것. 더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다른 사례를 찾아보기도 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가보기도 한 경험들. 이 경험이 즐겁고 행복했다면, 우리의 제안은 계속 이어지고 조금씩 개선되어 언젠가는 진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겁니다.
문화도시 부천의 시민분과 활동은 내년에도 빠띠와 계속 될 예정인데요. 사실 올해는 좀 급하게 워크숍을 준비해 제안한 의제를 더 충분히 기획하고 발전시키는 과정까지는 진행하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내년에는 조금 더 보완해서 부천의 올리브 시민위원들과 더 멋진 스토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