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는 우리의 삶터가 ‘개인이 안전과 행복을 누리는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서로 협력하고 기꺼이 기여하는 공동체‘이자, ‘모두가 주인인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빠띠는, 시민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여러 차원의 장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에 매월 우리 삶과 긴밀한 주제를 정해서, 이를 빠띠 활동에 녹여내는 실험을 시작합니다. 관련해서 공론장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학습과 연구도 하여 콘텐츠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를 많은 시민분께 전해드리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장애인 이동권‘에 이은 두 번째 주제는 ‘기후정의와 민주주의‘입니다. 우리는 폭우, 홍수, 폭염, 가뭄 등 각종 기상이변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기후위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은 2020년에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에 이어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발표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후위기 대응에 퇴보하는 움직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기후위기는 시민인 우리의 삶과 밀접한 이슈입니다. 빠띠는 이번 ‘기후정의와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기후위기 대응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고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합니다.
실시간으로 기상 경보를 받는 요즘,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은 계속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성이 계속 가중되는 와중에 2021년도에는 새로운 기후 체제에 들어서며 함께 떠오른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탄소중립’입니다.
얼마 전부터 ‘탄소중립’ 단어가 붙은 시민 실천 이벤트들이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탄소중립은 기후 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순 배출량은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요. 개인, 회사, 단체 등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줄이고, 조금이라도 배출하면 흡수하고 상쇄시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 ‘탄소제로(Carbon Zero)’라고도 합니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하며 한국 또한 2020년에 탄소중립을 선언했죠. 그 후 대통령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중위)를 만든 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근래 쏟아지기 시작한 이벤트처럼 ‘시민 실천이 답이다.’라며 능동적 시민이 될 것을 독려해왔습니다. 하지만 ‘시민 실천이 답이다.’라는 문장에서 뭔가 석연치 않음이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 [시행 2022. 9. 25.] [법률 제18469호, 2021. 9. 24., 제정]
제15조 2항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설치에 관한 법률 중 ⑤ “제4항제2호에 따라 위원을 위촉할 때에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청년, 노동자, 시민사회 등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구성해야 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출범한 2기 탄중위는 위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 관련해 논란이 있었는데요.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이되고 탈핵이나 적극적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민간 단체, 위원 등의 수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참여에 배제되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 생활 속 실천만 권유받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우리의 일상과 노동 그리고 미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시민이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신기후체제와 시민 실천
기후 위기를 떠올리며 잠시 몇 년 전 뉴스를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그때 당시 15세 기후환경 활동가로 큰 인상을 주었던 ‘그레타 툰베리’의 강연을 잠깐이라도 보신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그녀가 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보여준 연설은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잘 나타낸 강연으로 유명한데요.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AP
우리는 2016년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을 통해 신기후체제로 진입해 있습니다. 이 파리협정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시기 기준으로 2℃ 아래에서 억제하고, 1.5 ℃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그 목표를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기후 위기 대응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촉구했고, 나아가 전 세계 국가들이 힘을 모아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전 지구적 합의안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파리협정에 참여한 각국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으나, 파리협정은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감축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시민 실천이 답이다.’라는 문구를 보다 능동적으로 해석하면, 합의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중립관련 정책과 이행과정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점검하는 역할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질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포괄적이고 다양한 시민들과의 대화, 공감 형성을 위한 노력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끊임없는 시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하며, 모두의 실천 과제로서 정책 이행과 국가적 노력과 진실에 대해 질문해야 올바른 검토를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2022년 11월 14일,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유럽연합 포함)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수준을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기후솔루션 참고”
위의 그림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유럽연합 포함)을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결과입니다. 위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24.91로 최하점에 가까운 60위에 랭크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위 보고서와 같이 국제사회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손꼽고 있습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기후 위기 의제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알 수 있는데요.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기후 위기의 대응’, ‘공정한 에너지 전환과 실천’ 그리고 ‘국가적 목표의 올바른 이행’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욱 세밀하고 복합적인 사회적 대화와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 주요 나라가 진행한 기후시민회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회의 다양성을 대표하는 시민입니다.
우리에게는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힘이 있습니다.”
프랑스 기후시민의회(CCC: 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는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40% 감축하는 논의를 목표로 구성됐습니다.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2019년 10월에 시작한 기후시민의회는 총 9개월 동안(*COVID19로 인한 연기 기간 제외) 진행되었고, 시민회의의 구성원은 ▲성별, ▲연령(16세 이상부터),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농부, 노동자, 관리자, 은퇴자, 실업 상태 등), ▲교육 수준, ▲거주유형(도심지, 교외, 농촌 등), ▲지리적 지역의 6가지 인구 통계학적 측면을 고려해 무작위 선정된 150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프랑스 기후시민회의’(CCC: 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 프랑스 기후시민회의 누리집 참고
기후시민의회는 운영기간에 149개 권고사항을 도출 제안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대통령은 이 중 146개의 제안 이행을 약속했으나, 의회가 제출한 기후법안에는 절반 이상의 주요 조항이 제외되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2020년 영국은 환경운동단체의 요구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는 기후시민의회를 구성했습니다. 영국의 기후기민의회 또한 통계학적 측면을 고려해 다양한 층위의 108명 시민을 무작위 선정해 2020년 1월부터 약 4개월 동안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영국 기후시민의회는 기후 변화에 관한 법률을 충족할 수 있는 세부 과제에 대해 권장 사항을 발표하고, 2020년 9월에 50개의 제안이 담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요. 모든 경제 부문의 변화 권고했고 이후 의회가 정책 권고안을 만드는데 토대가 되었습니다.
영국의 기후의회(Climate Assembly UK, CAUK)에 참석한 시민의원들. 사진=CAUK 홈페이지
덴마크는 1960~1970년대 화석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던 '에너지 빈곤국'으로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겪기도 했는데요. 1985년 덴마크 의회는 공론화 과정 끝에 원자력발전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덴마크는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받아들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2년 9개 정당은 2050년 화석연료 제로 사회: 에너지 협약(Energy Agreement)'이라는 초당적 합의에 이르렀고, 이는 녹색전환 정책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덴마크는 녹색전환 정책과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정책에 성공한 국가이자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일관된 에너지 정책이 있었는데요. 바로 시민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모든 정당이 모여 합의한 결과로써 정권이 교체되어도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미래세대에 대한 고려는 누가 해야 할까요?
기후 위기의 특성 중 하나는 우리 삶에 장기적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현재의 아동 · 청소년의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모아낼 과정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공적 대화에 미래세대가 지속적인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웨일스는 2015년 「미래세대웰빙법」(Well-being of Future Generations Act)을 제정하고 미래세대위원회를 설치했는데요. 웨일스 내 44개 행정 및 공공기관들이 정책 의사결정에 지속 가능한 발전과 세대 간 형평성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번영, 회복탄력성, 건강, 평등, 공동체, 문화, 글로벌연대” 7가지 국가 웰빙 목표와 관련한 활동을 했습니다. 미래세대 리더십 아카데미 운영과 함께 2021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로 투표권을 갖게 된 16~17세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각 정당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2019년 개정된 「기후변화법」을 통해 204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 목표 달성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10년간 기후위기기금(Climate Challenge Fund)을 통해 지역사회 주도로 다양한 실천 행동을 지원했는데요. 학생 단체 및 청소년 단체 등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기획 및 실행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2018년 기금 선정 패널에 청년 위원이 참여했고, 2014년부터는 정부, 기업, 시민단체 간 협력을 통해 2050 기후그룹(2050 Climate Group)이 조직되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리더로서 청년들의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프랑스와 영국의 기후시민의회는 전체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구통계학적 기준에 따라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원들을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공식 기구로서 학습, 숙의, 투표 등에 참여하고 다양한 워킹그룹 활동을 했습니다. 두 나라의 기후시민의회의 결과는 다소 상이했지만, 중요한 점은 기후시민의회 과정을 거치면서 국민 대다수의 탄소 제로, 기후정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또한 덴마크의 환경,에너지 정책 사례는 꽤 오래 전부터 다양한 정당 간의 합의 결과로 집권 정당의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는 안정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아울러 웨일즈와 스코틀랜드는 미래세대인 아동과 청소년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지원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현세대들이 미래의 세대를 방임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시행된 각종 국가 공론화 사례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은 특정 정책의 홍보 대상이 아니며, 시민 의견은 정책결정자의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야 합니다. 또는 그 결정과 무관하거나, 단순 참고용이 아닙니다. 공론장은 특정 시민의 일시적인 모임이 아닌, 누구나 관심 두고 참여할 수 있는 일상의 시민들과 언어로 채워져야 하지 않을까요? 공론의 장에 모인 시민은 원인 진단과 문제 인식부터, 문제해결을 위한 계획 수립, 대안 마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 정부 부처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공공데이터와 정보에 대한 열린 접근과 개방은 시민의 공적 판단을 지원하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국토연구원에서 발간한 <해외 탄소중립 실무 가이드>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습니다. ‘합의된 공동의 비전을 가지고 기후중립을 이끌기 위해서는 공식적이고 기능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먼저 수립되어야 하며,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는 모든 도시는 이를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 한다. 가이드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앞서 언급한 ‘시민의 실천이 답이다.’라는 문장은 미완성입니다. 다양한 대안과 정책이 나와도 시민의 공감과 동의가 구해지지 않으면 반쪽짜리 문장에 불과합니다. 우리에겐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기후 위기에 ‘소속되어’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활 속 실천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기후시민의회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가? – 생태적지혜
“헌법 1조, 국가는 기후변화와 맞서 싸운다” 바꿔가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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