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빠띠가 만들어낸, 서울의 일상 속 민주주의의 탄생기입니다. 그의 이름은 민주주의 서울. 줄여서 민서. 우리의 이야기는 광화문 광장이 촛불을 든 수백만의 시민들로 채워지고 난 후인, 201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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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나요? 그 해 광장에는 새로운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깃발을 든 시민들이 나타났고, 같은 구호를 외치다가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표현했죠. 춤을 추는 시민도, 더 크게 화를 내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전혀 새로운 모습의 민주주의가 꽃피던 그 광장을 보며, 빠띠는 고민하게 됩니다.

‘광장에서 시민들의 표현 방식이 달라졌다면, 일상에서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일상을 바꿀 정책들을 시민이 직접 제안하고, 시민이 결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는 의구심이 앞섭니다. 그야 시민들이 누구나 직접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잖아요. 민주주의의 원리로 운영되는 국가에 살고 있어도, 언제나 모두가 다 같이 논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까지 제안하고, 결정하고, 집행하는 일은 따로 선출하거나, 그 일만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맡겨오기도 했고요.

(이 글의 우리는 누구냐고요? 장 볼 시간이 없어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들의 포장 쓰레기에 마음이 조금 무거운, 누군가 두고 간 물건을 발견하면 주인을 찾아주고 싶은, 고장난 신호등을 보면 신경이 쓰이는, 그런 우리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고, 우리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일을 누군가에게 맡기기만 하면 정말 우리에게 좋은 세상, 더 좋은 일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가 일을 맡긴 사람들도, 생각만큼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나 우리들 일상의 불편과 필요를 잘 알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제안과 결정을 그저 몇몇 사람들에게 떠맡기고 외면하기 보다, 우리의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들려주고, 그 과정에 우리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일을 맡긴 사람들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더 잘 일할 수 있고, 결국 집단지성의 힘으로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빠띠의 고민과 상상은, 서울시와 만나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서울시에도 “시민이 제안하고, 시민이 결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공감한 이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나 지식, 권한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누구든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시에 전달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고, 당사자 시민들과 바로 생각을 나눌 수 있다면 서울시 입장에서도 더 좋은 일이니까. 적어도 ‘제안-결정-집행’의 과정에 좀 더 넓은 시민의 자리를 내어주고, 시민의 일상에 제안과 결정의 기회를 늘리는 일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실제로 해낼 수 있는지 팔짱 끼고 따져보기 전에, 옳은 방향이라면 도전해보자고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만나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지요.

마음과 의지 다음, 이제 문제는 ‘어떻게’입니다. 처음 빠띠의 구상은 단순했어요. 누구나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민들의 제안을 받고, 서울시의 관련 부서가 제안을 실제로 업무에 반영하도록 하자. 사실 서울시에는 이미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관련부서가 답변하는 “천만상상 오아시스”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2006년에 만들어진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국민 신문고”와 같은 사이트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자치단체가 제안을 받지 않으면 끝이고, 시와 시민 간, 또 시민들 간의 소통으로 나아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민이 결정까지 하는 플랫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결정, 더구나 여럿이 함께하는 결정이라는 것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죠. (친구들끼리 저녁 메뉴 정하는 일조차도 간단치가 않잖아요?) 제안 플랫폼에 결정 기능을 추가한다고 구현되는 일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스페인의 “디사이드 마드리드” 같은 해외 사례가 곧장 롤모델이 될 수도 없는 일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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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민주주의의 사용법을 혁신하고, 일상 구석구석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빠띠에겐 제일 자신있는 일! 우리는 서울시와 함께, 끊임없이 ‘어떻게’를 궁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쉽게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낸 의견을 행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을까?’ 시민과 시의 협업을 위한 빠띠와 서울시의 협업은 이런 질문들을 통해 구체화되어갔습니다.

만들어진 채 사용되지 않는 플랫폼이 아니라 정말로 시민들이 참여해서 움직이는 플랫폼을 목표로 잡다 보니, 문제는 복잡했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서울 시민들은 대체로 너무 바쁠 뿐더러, 시민 참여 플랫폼이 무엇인지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어려움이야말로 민주주의 서울의 초기 모습을 만드는 거푸집이 되었죠.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모호한 이름보다는 명확하고 신뢰감을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2017년 봄, 빠띠가 이 플랫폼에 “민주주의 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래서였어요. 기능과 용도를 전달하지는 않지만,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나요? 바쁜 사람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기능은 거듭 단순화되었고요.

그리하여 2017년 10월 24일,

‘민주주의 서울’(a.k.a. 민서)이 탄생했습니다.

혁명처럼 세상이 뒤집어지고, 역사가 바뀌는 장면은 아니었어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제안” 기능만 갖고 단촐하게 온라인에 나타났을 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채로요.

2화 민서와의 만남 : 서울 제안가, 당신의 일상을 들려줘!
3화 민서는 자란다 : 제안의 통로에서 시민의 공론장으로

글. 희원
그림. 민티
편집. parti 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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