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NEET)’란 단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니트는 ‘교육, 고용, 훈련 상태에 있지 않은(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상태를 뜻하는 영어 표현의 축약어입니다. 경제위기, 일자리 부족 현상이 국가적 이슈로 꼽힌 지 벌써 수년 째, 니트 - 특히 청년 니트는 니트 당사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사회비행자’는 청년 니트 당사자들에 주목해, 이들의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소셜 비즈니스 조직입니다. 이들은 이슈 커뮤니티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을 만들어 니트 당사자들이 온라인으로 모여 ‘일’에 대해 자유롭게 고민을 나누며 고립감을 줄이고, 진정으로 ‘나’가 원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시공간을 마련했습니다. 2개월에 걸친 커뮤니티 활동이 막을 내린 11월 말의 어느 저녁, 멤버인 이주님과 나탈리님을 만나 커뮤니티 활동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는 https://societypilot.parti.xyz/ 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사회비행자와 함께 일을 새롭게 바라볼 참여자를 모집합니다!
현재 니트상태이거나 과거 니트경험을 했던 당사자분들이 모여 일에 대해 고민합니다. 직업으로서의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요? 일에 대한 생각을 에세이, 그림, 동영상 등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각자의 방식을 커뮤니티에서 함께 나눠보아요!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 소개 글 중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 멤버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 (https://societypilot.parti.xyz/)




-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해주세요.

이주 : “안녕하세요, 사회비행자 멤버 이주라고 합니다.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에는 오거나이저로 참여하게 됐어요. 저희 커뮤니티는 니트 당사자들의 모임인데요, 저 또한 니트 청년으로서 사회적 고립 기간을 보낸 적이 있어서, 오거나이저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일에 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커뮤니티 활동에 흥미를 갖고 참여했습니다.”

나탈리 : “나탈리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니트 생활을 거쳐, '이래선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지'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의 피고용인이 되기는 싫어 파트타임 일을 여러 가지 열심히 하는 활동형 니트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된 건 '자립해서 살아가려면 뭘 해야 할까?'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절실하게 찾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에서는 여태까지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나탈리 : “‘일’이란 주제에 관해 고민을 나누거나 피고용인 상황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감상을 공유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이슈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나누게 돼서, 덕분에 제가 잘 몰랐던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두게 됐죠.”

이주 : “나탈리님이 말씀하신 대로, 기본적으로는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책과 다큐멘터리도 '일'과 관련된 것들로 선정했고요. 또는 모임에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를 카누 위키 페이지에서 모으고, 이렇게 모인 주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나탈리 : “쉬는 시간에는 그날의 DJ를 정해서 노래도 들었어요. 저도 한 번 DJ를 했는데, 개인적 취향으로 선곡했더랬죠(웃음). DJ도 재밌었지만, 더 재미있었던 건 모임 내용을 기록하는 서기였어요. 사실 멤버들이 서기를 고려하지 않고 빨리 말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서기 역할을 하는 게 힘에 부쳐서, 주로 저랑 이주님이 '서기 서포터'를 자청했거든요. 3명이 한 문서에 달라붙어 모임 내용을 기록하니 협업하는 느낌도 들고, 재미있었습니다.”

이주 : “원래 서기 역할은 1명이 맡는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기록하다 보면 도저히 혼자서는 소화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주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쪽에 속하는 멤버들이 서기를 돕게 됐는데, 주로 저랑 나탈리님이었어요(웃음). 저희 둘이 서기를 서포트하면서 엄청 웃었어요. 제가 이야기 흐름을 놓쳐서 버벅대고 있으면 뒤에서 나탈리님이 엄청난 속도로 기록하고 있고(웃음) - 이건 서기 서포터를 해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웃음이에요. 저희 둘이서만 웃는 게 화면에 잡히니까 다른 멤버들이 "왜 웃으세요? 왜 두 분만 즐거워요?" 하면서 궁금해하기도 했죠.”



-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나요?

나탈리 : “가장 많은 멤버가 참여할 수 있는 수요일 또는 금요일마다 온라인으로 모였어요. 저는 일 때문에 항상 지각했는데, 모임 중간에 참여해도 항상 굉장히 자연스럽게, 전혀 어색하지 않게 흘러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매번 지각할지언정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죠(웃음). <일의 뉴 노멀의 찾아서> 커뮤니티 말고도 다른 모임들에도 참여했었는데, 오가는 대화의 질이 높아서 늦게라도 참여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이주 : “맞아요. 처음에는 네다섯 명 정도로 모임을 시작하면 나중에 한두 명씩 더 들어오곤 했죠. 초반에는 '카누'라는 플랫폼에 익숙지 않아서 따로 메신저 채팅방을 개설하고 싶었어요. 모임을 깜빡하고 참여하지 않는 멤버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모임 안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죠. 하지만 어느 정도 커뮤니티가 안정되고, 정기적으로 모임이 열리면서부터는 문자 안내 없이 카누에서만 소통할 수 있게 됐어요.

나탈리님께서 수요일 또는 금요일에 모였다고 말씀하셨는데, 모든 멤버가 참여할 수 있는 요일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고민이 깊었는데, 함께 머리를 맞대어 생각해낸 게 격주로 정기모임 요일을 달리해서 되도록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었어요. 처음에는 좀 헷갈리기도 했지만, 더 많은 멤버가 격주로라도 모임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탈리 : “모임은 대체로 2시간가량 느슨하게 흘러갔어요. 서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주로 대화 중심이었고요. 커뮤니티 오거나이저이자 사회비행자 대표인 시원한형님이 모임에 빠질 때도 있었는데, 다들 "어떻게 하지?"하면서도 어찌어찌 돌아가서, 느슨하지만 꾸준하게 모임을 이어갔어요. 강제성 없는 자발적 참여가 중심이 활동이었고, 그 취지대로 잘 진행됐다고 봅니다.

모임 초반에는 직장인 멤버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참여율이 낮아지더니 결국 마지막에는 니트 당사자 멤버들만 남았어요. 아무래도 직장인은 직장생활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겠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네요.”



**- 커뮤니티 활동으로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이주 : “사실 커뮤니티 운영 초반에는 퇴근하고 나서 뭔가를 더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쳤고요.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게 제게는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모임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서, 모임이 끝나면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충전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일상을 나누는 대화를 하는 게 처음이었는데,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오거나이저인 사회비행자 멤버로서 느끼는 압박도 있었어요. 커뮤니티 활동의 결과물로 무엇을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지 걱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결과물은 걱정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웃음), 그 뒤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나탈리 :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데 강압적인 게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너무 느슨한데, 이러다가 중간에 그만두게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웃음). 하지만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 주제나 내용이 참 좋아서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주제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충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이주님 말씀처럼 일과를 마친 다음 모임에 참여하면 엄청 피곤한데도 삶의 활력을 얻는 느낌이었달까요?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사실 고립감을 많이 느끼는 터라, 이렇게 정기적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제게 큰 위안이 됐어요.

또 커뮤니티에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연결해줘서 참여했는데, 거창한 무엇은 얻은 건 아니지만 덕분에 '나'를 중심으로 일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채용사이트에 올라온 채용공고 링크가 아니라, 이렇게 일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줘서 고마웠어요.”

이주 : “구직 청년의 자아 탐색 진로 코칭 프로그램이었는데, 빠띠에서 커뮤니티에 지원하는 실험비 예산을 활용해서 멤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멤버들은 후기를 남겨줬고요.”

커뮤니티 멤버들은 라는 책을 함께 읽고 소감을 나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이주 : “앞서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한 권은 서울연구원에서 펴낸『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이중한 지음, 2018)이고 다른 한 권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만드는 계간지 <한편> 5호 '일'이었어요. 『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는 작년부터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인데 계속 못/안 읽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모임 덕분에 이 책을 읽게 돼서, 우선은 '드디어 읽었다'는 뿌듯함이 큽니다(웃음). 책 내용 중 공감 가는 것들도 많았고요. 일, 니트 상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나탈리 : “온라인으로 모여서 청년 니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함께 봤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니트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다큐에서는 청년 니트 대다수가 자기가 원하는 삶을 택해서 행복하다는 식으로 그려졌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선택해서 하고 있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다... 다큐에서 소개한 사례가 대기업 출신 니트들이었거든요. 퇴사하고서도 퇴직금 덕분에 생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요. 회사를 그만두고 해보고 싶었던 걸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니트를 미화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정말 많은 니트는 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요. 다큐에 나오는 니트는 "수입이 줄어서 식사를 간소화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굶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일의 뉴 노멀을 찾아서 커뮤니티 소개웹자보

-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일의 뉴 노멀'이란 무엇일까요?!

이주 : “저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우리 모두 일이란 게 뭔지는 잘 모르는데, 어떤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여러 일을 시도하고 또 저 같은 사람은(웃음) 모르겠으니 아무것도 안 해버리기도 하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두쪽 다 일에 나를 맞추려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일의 기준이 '나'가 아니라 '겉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일'이 되기 쉽고요.

제가 생각하는 '일의 뉴 노멀'은 일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먼저 파악하고,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지 충분히 고민한 다음에 일을 선택하는 것, '나'를 기준으로 일을 고민하는 것이에요.”

나탈리 : “저는 (손가락으로 헤아려본 후) 최근에 두 가지 단기 프로젝트를 끝내서, 현재 굵직하게 3가지 일을 하고 있고 동시에 자기 계발 목적으로 자잘한 일들을 몇 개 더 하고 있어요. 나름대로는 '주도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손에 쥔 일의 개수만 점점 늘어나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잘하고 있는 건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회의에 빠지곤 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N잡러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정말 원하는 무엇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어요. 여러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은 아니다'하고 알게 되니까요.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려 해요. 물론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그냥 취업하는 거 아냐?' 싶을 때도 있긴 해요(웃음).

앞으로는 자기 주도적이고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일의 뉴 노멀'이 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유튜버란 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직업으로 간주하지 않고 조금 유난 떠는 사람 정도로 인식됐는데, 지금은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라면 "왜 아직 유튜브 안 해?" 질문을 받죠. 이렇게 자기만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엄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는 더 강해질 것 같아요.

또 '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봐요. 흔히 모든 분야에 일정 수준 역량을 갖춘 '제네럴리스트'가 유리하다고들 하는데, 막상 사람들이 찾는 건 장인의 콘텐츠거든요. 온갖 분식 메뉴를 다 파는 김밥 체인점보다 40년 동안 콩국수만 만드는 장인의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잖아요. 결국 사람들이 더 신뢰하는 건 장인의 콘텐츠인 것 같아요. 제네럴리스트도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가 어느 순간 한 두 가지로 일을 정리하게 되는 패턴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거든요.”

인터뷰 진행·정리 : 한승희
편집 :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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