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발명품에는 발명가의 이름이 확실하게 남아있다. 예를 들면 '뉴턴', '후버', ''루빅스 큐브'가 그렇다. 하지만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누가 처음 만들어냈는지 알 수 없다. 민주주의에 관련된 어휘들의 정확한 언어적 기원과 또 이 민주주의란 단어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 사용되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 민주주의라는 주제에는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혼란이 존재하며 확실하지 않은데도 우리가 일단 진실이라고 추정해놓은 것들이 많다. 이 주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운 것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는 민주주의가 그리스인의 발명품이 '아닌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16쪽)

민주주의라는 작은 꿈 속에는 큰 믿음이 담겨 있다. 즉 인간이라는 유한한 존재들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이나 회의체를 스스로 조직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잠시 다른 활동을 멈추고 어떤 대상에 대해 두고 함께 생각할 수 있으며, 그러고 나서 행동 방침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쪽)

하지만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통치 형태에는 예외적인 요소가 있엇다. 즉 '인간적인 것'이 어떤 것인지는 고정불변이 아니며 모든 것은 시간과 장소라는 늘 변화하는 조건 위에 세워진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서로 평등한 존재로서 솔직하고 유연한 자세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고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길임을 이해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18쪽)

민주주의는 겸손한 자들의, 겸손한 자들에 의한, 겸손한 자들을 위한 통치이다. (19쪽)

대의 민주주의를 낳은 변화들은 필연적인 것도 아니었고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의 민주주의가 꼭 등장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었다. 대의 민주주의는 다양한 권력 투쟁 과정에서 태어났으며, 그런 투쟁 가운데 상당수는 지배 집단에 맞서 일어난 것이었다. (...) 민주주의라는 말 자체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는데, 그런 새로운 의미를 만약 고대인이 접한다면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하거나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갈했을 것이다. (28쪽)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민주주의에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공장소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아테네 사람들이 세웠다는 점이다. 서로 평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이 장소에서 공동 관심사를 함께 규정하고 또 함께 경험하는 것이다. (...) 많은 시민들은 모두가 평등한 존재로서 스스로 통치하는 민주정이 가능하게 된 원인으로 아고라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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