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띠는 우리의 삶터가 '개인이 안전과 행복을 누리는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서로 협력하고 기꺼이 기여하는 공동체'이자, '모두가 주인인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빠띠는, 시민이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여러 차원의 장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에 매월 우리 삶과 긴밀한 주제를 정해서, 이를 빠띠 활동에 녹여내는 실험을 시작합니다. 관련해서 공론장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학습과 연구도 하여 콘텐츠로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콘텐츠를 많은 시민분께 전해드리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첫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빠띠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서로를 헐뜯고 에너지를 빼앗는 비생산적 논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공감과 연대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관련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들썩들썩떠들썩 : 후기] 이동권 보장,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

티비를 틀면 온갖 복잡한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기후 위기, 고령화, 불평등, 지역소멸, 일자리 등 우리 주변의 문제들은 날로 복잡해지고 거대해져 코앞까지 다가와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빠띠는 더 많은 시민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를 마련했습니다. 2022년 11월 첫 번째 들썩들썩떠들썩에 이어 올해 2월 9일 두 번째 들썩들썩떠들썩이 열렸습니다.

지연된 지하철 앞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이동권’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단어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아시나요? 뉴스나 출근길 지하철 안내로 한 번쯤 들은 적이 있으실 거예요. 네, 바로 전장연이 시위에서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 ‘이동권 보장’인데요. 이동권이란 ‘국민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많은 장애인이 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시설과 교통 등 접근의 한계에 부딪히고, 시민으로서 사회에 참여할 다른 기본 권리까지 흔들리고 있죠. 이에 전장연은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시작했고 지하철 선전전도 그중 하나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장연의 시위는 크게 이슈되고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이 지연되면서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전장연의 과격한 시위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까지 번졌죠. 그에 정치인들의 자극적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정작 우리가 함께 얘기해야 할 것과 점차 멀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짜 바라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같이 얘기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들썩들들썩떠들썩 주제는 ‘이동권 보장,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로 모여 앉았습니다. 오프라인 들썩들썩떠들썩자리에 앞서 캠페인즈를 통해 ‘장애인 권리’에 대해 많은 시민의 의견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들썩들썩떠들썩에서 시선, 언론, 청년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 각 패널의 발제를 들었습니다.

발제 : 시선뿐인 시선, ‘왜’를 집어삼킨 언론 그리고 연대

첫 번째 발제는 캠페인즈의 캠페이너 이선우 님‘전장연 시위를 보는 시선들’이라는 주제로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다양한 시선을 말하기에 앞서 ‘장애인 운동 역사’를 살펴봤는데요. 1984년, 휠체어 이용자인 김순석 씨의 ‘도로의 턱을 없애달라.’며 음독자살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이 최초 문제 제기되었고, 그 후 장애인 고용법과 복지법을 둔 투쟁과 가난과 미관의 이유로 강제 수용당하는 등 여러 부당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2001년 오이도역 참사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다시 본격화되었지만, 장애인 운동과 이동권 문제는 보다 더 긴 역사와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선우 님 발제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긴 투쟁에 돌아오는 건 혐오의 시선들뿐이었음을 분석한 세 가지 시선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다른 장애인 단체는 전장연의 과격한 시위는 장애인 인식개선에 악역향을 준다고 했고, 정치권은 불법으로 치부하며 온갖 혐오 발언을 했습니다. 또 나무위키에서 전장연의 시위가 마약범죄나 성매매 등과 같은 범주 안에 있음을 보여주시며, 우리의 관심과 이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꼬집어주셨습니다. 선우 님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질문을 몇 가지 던져주셨습니다. ‘혐오에 대해 제대로 정의해봤는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시작되고 2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는가?’ 과격한 시위를 택하게 된 전장연의 이해는 부재하고 차별적 시선이 낳은 혐오가 이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은 여운을 남기고 발제를 마무리해 주셨습니다.

두 번째는 비마이너의 복건우 기자님이 ‘장애 이슈, 그리고 언론’ 제목으로 납작해진 언론에 대해 뾰족한 비판을 해주셨습니다. 앞서 우리가 ‘이동권’이라는 단어보다 ‘전장연 시위’, ‘지하철’ 시위’가 더 익숙했던 이유를 복건우 기자님이 가져온 기사 제목을 함께 훑어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전장연 시위에 대한 기사는 한달에 약 500개, 모두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이 지연되었다.’ 등 단순 중계식이거나 정치인들의 발언을 옮기는 정도였습니다. ‘왜’라는 질문은 부재한 채 이미 정해 좋은 제목에 맞춰 단순 정보만 전달식 기사가 대부분이니 대중도 ‘왜’라는 질문에 다가가지 못하고 편향된 시야와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현 언론의 경향성과 문제를 짚어주셨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기획한 비마이너의 ‘승강장 일기’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언론이 매일의 꾸준함을 기록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승강장 일기는 현장에 꾸준히 참석하고 기록하며,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맥락을 건드리고 문제해결까지 끌어올리며 부재했던 언론의 역할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계속 주목받는 한 사람이 아닌 전장연 시위에 비춰지지 않은 활동가, 주변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복건우 기자님은 ‘이야기가 싸우는’ 현시대에서 어떤 이야기가 이야기의 담론을 주도하냐에 따라 모두가 원하는 해결점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말씀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장연에 연대하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하 전연서)의 변현준 님이 발제해주셨습니다. 변현준 님은 ‘전연서는 20명이 모여 시작한 활동인데 그 인원이 모이는 것도 절대 쉽지 않았기에 전장연의 활동과 연대의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다.’는 말과 함께 발제를 시작해주셨습니다. 변현준 님은 전연서 활동하면서 가지고 있던 한가지 고민에 대해 풀어주셨습니다. 바로 대표성이었습니다. ‘청년, 서울대생의 대표성을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 맞는지, 정말 그 대표성을 소유하고 있는지’ 활동하면서 서울대생 혹은 청년을 대표한다는 것에 ‘너희가 뭔데?’라는 비아냥과 반대로 의미 없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고 하셨습니다. 활동의 의미와 별개로 꼬리표처럼 따라와 괴롭히던 것이었지만, 피하기보다 그 프레임을 통해 얻는 명확함을 이용해 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청년이든, 서울대생이든, 장애인든 말이죠. 그리고 전연서 활동하며 ‘남은 것’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코로나19로 서로가 단절되면서 혐오는 더 도드라지고 그것이 전체의 의견처럼 남는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화되고 다시 연결되며 설득하고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전장연을 지지하는 청년이 많다’고 아직도 말하긴 힘들지만, 분명 그런 청년이 존재하고 설득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도 많다는 것도 덧붙여주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놓지 않고, 연대하며 연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발제를 마무리 해주셨습니다.


소그룹 토론 :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소그룹 테이블 토론은 시선, 언론, 청년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테이블에 전지를 펼쳐 놓고 주제별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얘기하고 서로의 생각에 의견을 덧붙이며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각 테이블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발견한 문제와 대안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문제 해결이나 대안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

시선

전장연 시위에 대해 논쟁과 혐오의 시선이 표출되고 있는 원인과 사회의 문제는?

  • 장애인이 시민으로 가시화되지 않는 것

  • 관련한 법과 제도 부족한 것

  • 문제의 원인을 알려는 노력 부재한 것

  • 시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

  • 공론장 및 교육을 통한 장애님 인식 개선과 감수성 향상

  • 다양한 주체가 모여 대안을 논의하고 제도화로 연결

언론

이동권 시위를 다루는 언론의 방식과 역할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 싸움구경 식의 단편적 보도

  • 본질적 메시지와 당사자의 목소리가 부재한 보도

  • 자극적 텍스트로 혼란 야기하며, 제대로 대중에게 가닿으려 노력하지 않음

  • 이슈만이 아닌 문제와 연결성을 드러낸 보도 및 방식 필요

  • 더 나은 기사를 쓰려는 노력

  • 분노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

연대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대화와 연대를 어렵게 하는 것은?

  • 한계를 만드는 인식과 염세적이고 무기력한 태도

  • 전장연과 시민을 양분화하여 풀기 어려운 논제로 심화

  • 손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 제도권 내외로 공론장, 교육 등 사회 문제를 논의의 자리 강화 및 지원

  • 개인이 목소리 내는 용기와 노력, 적극적 관심이 필요

  • 예산 활용의 중요성 파악, 빈틈을 발견하고 작은 성과를 이루고 성취 경험

우리가 함께 생각한 문제

🙎“장애인이 시민의 권리를 짓밟는다고 말하기도 해요. 장애인과 시민의 권리를 나눠서 생각하거나 없는 존재로 치환하기도 합니다. 장애인들이 시민으로 가시화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생각해요.”
🙎‍♀️“어디서 어떤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 이런 시위를 하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나쁜 시위’는 없었어요.”

🤷“장애인 권리 요구를 외면하고 승객 불편만 최대한 보도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문제를 제대로 다뤄주는 기사가 있다 하더라도 복붙하는 기사에 묻히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단편적으로 다뤄지는 기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화하기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연대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다름을 인지하고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지하철 시위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함께 생각한 아이디어

🙋“사회적 역동성을 드러내게 되었을 때, 그 역동성에 대한 지지와 확장을 추구하고 제도화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당사자, 활동가, 전문가, 정치인 그리고 시민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사회적 논의와 대안을 찾고 제도화로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이 되는 그런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다. 틀리다.’ 를 반복하기보다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문제해결로 가는 길이라 생각해요.”

🙋‍♀️“충분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이런 공론장이 강화되어야 해요. 개인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어야 용기를 얻고 행동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과 성과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할 거라 생각해요.”


소그룹 토론을 시작할 때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하고 생각해서 주저했어요.” 거대해진 문제 앞에 개인이 작게 느껴지고 무력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모여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무력감에서 벗어나 질문을 갖고 서로의 의견을 쌓아 하나의 아이디어로 만들어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의 적당한 답이지 않을까요? 빠띠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다음 들썩들썩떠들썩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 뵙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합류 4일차 빠띠 크루 ‘쑥채’가 본 ‘이동권 보장’ 공론장

이번 들썩들썩떠들썩 주제를 보고 저 또한 이 주제에 대해 누군가와 얘기하는 것에 조심스러움이 있었습니다. ‘비장애인인 제가 이 문제를 얼마나 이해하고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죠. 하지만 이날 세 분의 발제를 통해 ‘이동권 보장’이라는 주제는 반드시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최근 출산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밖에 나갔는데,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다. 바닥도 평탄치 않아 다니기 어려웠다.’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이보다 더 한정적일텐데, 불편하다는 말로도 충분치 않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죠. 생각해보니 저희 할머니도 계단 하나 오르내리기 어려워 고립된 생활을 하신 지 오래되셨습니다. 어쩌면 저도 모르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고 ‘이동권 보장’이 나와 무관한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이 이야기는 정말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발을 동동거리며 지연된 지하철을 기다릴 때 진작 깨달았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지연된 지하철 앞에서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이제는 동동거리는 발을 멈추고 한 발짝 물러나 조금 더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질 필요를 느낍니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상당히 지연됐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겐 어떤 하루, 한 시간 지연되었지만, 많은 장애인과 교통 약자에게는 22년 그 이상의 시간이 지연되었으니까요.

- 글 : 쑥채 공론장팀 활동가(ssukchae@parti.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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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라고 합니다. 기후위기, 고령화, 불평등, 지역소멸, 일자리 등 우리 곁의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언제 우리를 위협할지 예측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불신과 혐오가 가득하고 경제, 정치, 사회,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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